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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범계 성당에서의 마지막 주일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인사발령을 받고 짐을 싸면서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이 본당에 부임하고 맞이하는 첫 주일에 말씀드린 내용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 곳 범계성당은 제 일평생 사제생활의 첫 사랑이 될 것입니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서 첫 사랑과의 다정한 관계를 맺어가고 싶습니다.’
2년을 돌이켜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오자마자 ‘중고등부 교사회’가 전부 그만 두었습니다.
교사회가 없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발품 팔아가며 어떻게든 교사회를 꾸려보려고 하였고
한 두 분의 선생님들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교사회를 운영해 나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첫 시련에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께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어느새 인원이 늘어 여덟 분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오늘 이 순간까지 중고등부 교사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이번엔 ‘초등부 교사회’가 전부 그만 두었어요.
선생님들의 개인적인 사정들로 인해 한 분을 제외한 모든 분들이... ‘내가 잘못된 걸까? 나 때문일까?’
그 시기엔 밤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정말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저의 역량으로 수많은 초등부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이 가능은 하겠지만 현실적인 역부족으로 느껴졌습니다.
교회의 미래는 청소년인데, 청소년을 교육할 봉사자들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학부모 간담회를 열게 되었고 어머님, 아버님들께 현재 교사회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주님께서 제 응답을 들어주셨고 그렇게 자모, 자부님으로 교사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초등부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 없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범계성당을 떠나며 아픈 상처로 남는 단체는 ‘청년회’입니다.
지난 주, 청년 총회 때 우리 청년들에게 이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렸기에 이 시간에는 말을 줄이겠습니다.
우리 청년들에게는 더 잘해드리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10년을 신학교에서 살며 제가 배운 세 가지가 있다면, 공부와 운동 기도입니다.
라틴 말로 Scientia(지혜, 지성), Sanitas(육체적인 건강), Sanctitas(성덕, 영적인 건강, 기도)입니다.
삼각형 모양의 트라이앵글의 모양이 틀어지면 소리가 망가지듯이
공부와 운동 기도는 서로 조화를 이뤄야만 한다고 인이 배기도록 몸에 익히는 10년이었습니다.
그저 공부와 운동, 기도를 잘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것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공부를 통해 하느님을 알아가고 그분에 대해 생각하는 것,
운동을 통해 건강한 육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대자연 속에서 그분을 느끼며
또 형제들과 함께하는 운동에서는 그 안에 우리와 함께 머무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
기도를 통해 그분의 뜻을 찾아 묵상하고,
나 자신을 하느님 앞에 숨기지 않으며 솔직하게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하느님의 빛을 내 영혼에 비추는 것.
이 세 가지와 더불어 교종 프란치스코께서는 한 가지를 더 말씀하십니다. ‘관계’
사제와 신자간의 인간적인 친교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는 그리스도께서 계시지 않을 수도 있다며
늘 경계를 늦추면 안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교종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인 친교를 이뤄나가는 ‘신앙 안에서의 신뢰’가 참으로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메시아는 내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공부와 운동, 기도 그리고 관계. 하지만 2년의 시간을 돌아보고 나니
후회와 아쉬움, 지난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남는 것이 솔직한 제 고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계성당에서 보냈던 2년의 시간은 제게 소중한 첫 사랑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부덕한 저를 사랑해주시고 배려해주신 모든 교우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초등부 친구들, 중고등부 친구들,
어머니처럼 저를 아껴주신 자매님들, 아버지처럼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형제님들,
그리고 우리 대건대학 누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혹여나 저의 모자람과 비천함으로 인하여 상처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용서를 청합니다.
우리는 대림시기를 보내며 곧 오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가장 큰 배려는 친히 아기 예수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오신 것입니다.
제가 체험한 감사함과 제가 느낀 사랑을 다른 이웃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그렇게 하느님을 닮은 우리 범계성당 공동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천국에서 만납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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