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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잘 보내셨는지요? ‘한’ 마음으로 ‘가’족들을 ‘위’하는 시간 잘 보내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이 시간을 마련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토요일 오후에 성당에 도착해서 사제관에 올라오는데 교우 분 한 분이 제게 다가오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신부님,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조카가 명절 때 통 안보이다가 이번에는 얼굴을 봤어요.
올 한가위는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애인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취업은 언제 하니’,
‘대학 졸업은 했니’, ‘이번엔 뭐 해야 하지 않니’ 등 그 조카는 여러 질문들에 시달렸는지 몰라도,
잃었던 조카를 되찾은 자매님의 진심이 담긴 한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이 대목들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루카 15,6).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은전을 찾았습니다”(루카 15,9).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루카 15,24).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루카 15,32).
공통점은 이것입니다. ‘잃었다가 되찾았다.’
여행 중에 여권을 잃어버린다던지 손목시계, 반지, 차 키 등을 잃어버렸을 때 마음이 편치 않고 초조해집니다.
내게 정말 필요하고 또 소중하기 때문에 잃어버린 그것을 찾으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섭니다.
만약 소중하지 않다면 우린 그것을 잊어버리겠지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은 물건이고 누가 훔쳐가지 않는 이상 어딜 가지 않습니다.
내가 분실한 것이지 자기 발로 어디 도망간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소중하고 여기고 항상 필요한 것이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서 기억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잃어버렸지만 기억 속에 항상 있었던 무언가를 찾았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다는 건 그만큼 인간을 기억하고 사랑하고 또 소중하게 여기셨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어서 사물과 달리 제멋대로 도망갑니다.
제 주인이신 하느님 품에 있지 않고 여러 핑계를 대면서 자꾸만 그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하지요.
하느님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하느님이 날 도와주지도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해서,
공부도 해야 되고 연애도 해야 되고 나들이도 가야하고... 이 밖에도 제가 알아내지 못한 수많은 이유로
하느님은 그저 하나의 취미생활이 되고 그렇게 뒷전으로 밀립니다. 그렇게 인간은 하느님을 떠납니다.
하느님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하느님의 입장에서 그렇게 도망가는 사람은 하느님이 잃어버린 백성입니다.
우리가 내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을 때보다 더 큰 상실감을 느끼실 거에요.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리 내 통장과 지갑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해도 그것이 될 순 없는데,
되려 하느님은 당신이 직접 인간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4대 교리 중에 하나인 ‘강생구속’은 요한복음 1장 14절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라는
말씀을 바탕으로 합니다. 도대체 왜 하느님은 인간이 되셨을까요?
핵심은 하나입니다. ‘잃었지만 되찾기 위해서.’
잃어버린 당신 자녀들을 찾기 위해서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겸손함은 자비와 사랑의 전능하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 지갑이, 내 핸드폰이 낯선 사람 손에 들려 있으면 어떠하신지요?
초조해지고 불안하고 기분이 영 좋지 않죠.
하느님도 똑같습니다. 우리가 당신의 품 안에 머물기를 바라시는데, 우리가 세상의 것들을 쫓아나서면서 그분과 멀어진다면
하느님도 밤을 새우시며 초조해하고 또 불안해하시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돌아온다면, 우리가 다시 아버지 하느님을 찾는다면, 우리가 그분과 함께 머물고자 한다면
하느님은 언제든 팔을 벌리고 우리를 환영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 머무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요한 복음 15장 4절의 말씀으로 강론을 갈무리하겠습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