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418 다해 주님 만찬 성 목요일(하느님의 겸손이 선포된 이 밤!)
2019-04-18 16:07:03
박윤흡 조회수 892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

 

  오늘 전 세계 교회는 성삼일의 시작인 주님 만찬 성 목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늘 오전에는 교구 사제단이 모두 모여 사제수품 서약갱신을 하며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 1년 전쯤 먼저 세상을 떠나신 고 강희재 요셉 신부님의 사순절 묵상 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번 성목요일 성유축성미사에서 나는 사제서품 때 서약을 갱신하게 된다.

곧 하느님께 대한 갈림 없는 사랑을 새롭게 고백하고,

하느님과 교우들을 위해 나 자신의 모든 소유와 온 삶을 깨끗한 제물로 아낌없이 내놓는 일이다.

  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으로 세상에 태어나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소중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다.

주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나는 거룩한 사제직에 부르심을 받고 교우들을 위해 살도록 선택되었다.

그런데도 충실한 사제로서 하느님의 일을 수행하는 데 한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나는 다시 제단 앞에 엎드려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간절히 청할 수 밖에 없다.

  주님 마음에 드는 사제로 살기 위해 청빈과 정결 순명으로 세속에 죽고,

오직 주님께 봉사하고자 굳은 결의를 절절하게 다진다.

하느님께서 비천한 나에게 성령의 힘과 지혜를 풍성히 베풀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날 우리 사제단은 언제나 그랬듯, 세상과 마주하며 ‘빛과 어둠’을 함께 맞고 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친 이 지독한 어둠은 ‘참 빛’이신 주님께 시선을 고정하라는 표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마주하는 악의 활동은 분명히 어둠이지만,

그 어둠으로 인해 우리 사제단은 주님께서 일러주신 ‘참 사제의 모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구 신부님들은 교회를 사랑하고 교우들의 영적 유익을 위하여 헌신하고 계심을 나는 굳게 믿는다.

지금 교구와 사제단은 주님으로부터 쇄신과 성화의 길을 반드시 가야한다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강희재 요셉 신부님의 사순절 묵상은

사제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입은 우리 모두가 서로의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미움과 상처, 아픔과 절망에 빠져있지 말고, 서로를 안아주고 용서하라는 부르심으로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보편 사제직’으로 불리움받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요한 13,14)

 

 

  발씻음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감내하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어 씻어주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 밤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발을 씻기 위하여 무릎을 꿇으시고 십자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하늘의 겸손이 선포되는 밤’입니다.

 

  배신당하신 하느님께서 처참한 십자가 길을 걷게 될 오늘, 하늘의 어둠이 짙어지는 오늘,

우리 모두가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의 어둠에 침투하여 빛과 소금이 되도록 주님께서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던’(요한 13,1 참조)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15)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끝으로, 하느님의 제대 앞에서 겸손한 마음을 청하며

세상의 한 복판에 살고 계신 모든 교우분들과 함께 저의 이번 성주간 지향을 나누고 싶습니다.

 

  하나, 하느님 앞에 서약을 맹세한 모든 사제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제2의 그리스도로서 성화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둘,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우리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위하여,

아직도 고통 중에 시름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셋,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심장이자 인류의 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축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며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가톨릭에 냉소적이던 프랑스 사회가 화마로 불탄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고 합니다.

우리 자신이 바로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하느님의 성전”(1코린 3,17)임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넷, 낙태 합법화 폐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여성의 태속에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영을 불어넣으십니다.

낙태는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며, 하느님을 죽이는 행위입니다.

결코 인간이 하느님의 자연법을 위배해서는 안 됩니다.

 

  다섯. 강원도 산불 재해로 수난 중에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모든 분들이 하루 빨리 삶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를 유혹하는 세상의 모든 어둠과 악의 움직임, 우리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욕심과 욕망의 잔재,

우리의 아픔과 슬픔, 번민과 두려움, 상처와 고통 모두를 짊어지고 외로이 떠나시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기쁨의 승리로서 온 세상 모든 곳에 선포될 수 있도록 이 시간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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