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1224 성탄 전야미사 강론 '크리스마스의 기적'
2018-12-25 14:01:04
박윤흡 조회수 1499

예수님, 감사합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

예수님, 메리크리스마스!

아기 예수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영원합니다.

 

  오늘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아서 몇 년 전 오늘 있었던 체험 하나를 고백하려 합니다.

‘저는 아버지를 미워하였습니다.’

 

  9월 말쯤 군대를 전역하고 신학교 복학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임 신부님께 허락을 받고 직업소개소를 찾아가서 공사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소위 ‘노가다’를 한 것이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잡지 기사 하나를 보았습니다.

어떤 절에서는 석가탄신일에 신부님이 절에 가서 강론을 하시고, 성당에서는 성탄 때 스님이 강론을 하신다는거에요.

감명을 받은 나머지 ‘아! 이번 성탄은 의미있게 보내야겠다.’싶어서 신부님께 절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됐겠습니까? 신부님께서는 꿀밤 한 대를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꽃동네가서 봉사활동 하다가 와.”

 

  다음 날 바로 짐을 싸서 꽃동네로 갔습니다. 그때가 11월 말쯤 되었습니다.

육체적 장애가 있는 분들과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을 모시고서 한 달을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오늘이 되었습니다. 2012년 12월 24일.

 

  신부님께서 성탄 밤미사 강론 중에 ‘용서’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주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십니다. 무조건 용서하세요.

그리고 우리도 용서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용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사랑하시는 이유는 바로 용서하셨기 때문이에요.

오늘 우리 곁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작은 두 손이 우리의 아물지 않는 상처에 축복하십니다. 우리는 용서할 수 있어요.’

 

  미사 중에 이 강론 말씀이 자꾸만 제 머리 속에 떠올랐고, 미사가 끝나고 나서 산책을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누구를 용서하지 못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저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늘 무뚝뚝한 아버지는 술을 즐겨 드셨고,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당신이 알고 계신 지식으로 성당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를 좋아하셨는데

신학생인 저는 그 모습이 정말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부끄러웠고 미웠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제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명확하게 알게 된 거에요.

 

  성탄 밤미사를 경건하게 마쳤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서 봉사활동 중에 저를 도와주신 수녀님을 찾아갔어요.

막 쏟아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는데 수녀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거에요.

‘학사님, 그 모습이 아버지가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어느 누구의 아버지가 아닌, 학사님의 아버지에요.

아기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주님의 기도를 봉헌하세요. 예수님께서 답을 주실거에요.’

 

  그 날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새하얀 눈발이 온 세상을 비추고 있었던 그 밤에 홀로 성전에 들어가서 아기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그리고 주님의 기도를 봉헌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가 용서하오니...’

 

  그 순간 제 마음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를 향한 미움과 증오가 사라졌어요.

아기 예수님께서 작고 고운 두 손으로 저를 축복해 주셨던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제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니라, 제가 상처를 받고 있었다는 것.

저는 제가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만 바랬지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저는 원래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밖에도 알아내지 못한 것들이 제 마음을 기쁘게 했는데 이 이야기는 제가 체험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입니다.

그날 이후, 제게 크리스마스는 화해와 용서의 날이 되었습니다.

 

  이번 성탄을 맞이하면서 우리 교우분들은 아기 예수님께 무얼 예물로 드리시겠습니까?

저는 ‘용서하는 심장’을 예수님의 두 손에 봉헌하려고 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성탄이 이 세상에 빛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길거리에 방황하는 청소년들, 아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슬퍼하는 부모님들,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모든 분들,

홍등가 아래에서 몸을 파는 여성들, 술집에서 웃음을 파는 여성들,

지금 이 시간에도 폐지를 줍고 냉기가 도는 어두침침한 밤에서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희망없이 하루하루 절망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오늘을 살아온 우리 모두에게 아기 예수님의 성탄이 영원한 희망이 되길 기도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조가비 같은 작은 두 손이 온 세상에 은총과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청하며,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이 거룩한 성탄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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