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1111 나해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소명)
2018-11-09 15:59:52
박윤흡 조회수 1066

  오늘 전 세계 모든 가톨릭교회는 ‘평신도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1965년 11월 18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도직 활동’Apostolicam Actuositatem 교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이후, 이제는 성인의 반열에 오르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1988년 12월 30일, 교황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es Laici을 발표하셨습니다.

이러한 평신도 사도직과 소명, 정체성의 중요성을 받아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2017년 11월 19일 평신도 희년을 선포하였고 오늘 그 희년이 막을 내리는 날입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성직자와 수도자를 제외한 신분이 바로 ‘평신도 그리스도인’입니다.

 

  과거 교회 역사는 ‘성과 속’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쉽게 말해서, 성은 거룩한 것이고, 속은 세속적인 것이라며 선을 그었던 것입니다.

세상 속에 살고 있는 평신도보다 거룩한 삶 안에서 살고 있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계급이 더 높다고 가르쳐 왔던 것이죠. 

그런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평신도 그리스도인’이라는 표현을 공표하며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는 각자 맡은 역할과 직무가 다를 뿐이지, 우리 모두는 ‘하느님을 모시는 한 백성’이라고  가르칩니다.

‘세속성’을 그릇된 것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되려 하느님의 말씀이 침투해야 하는 거점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교회를 이해하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평신도 그리스도인’ 첫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백성에 속한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에 높낮이는 있지만 우리와 우리의 관계에 높낮이가 없다는 의미겠지요.

 

  평신도 주일을 맞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봉사 직무가 있지만, 그 사명은 하나이다.

...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효과적으로 참여하여

하느님 백성 전체의 사명에서 맡은 자기 역할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수행한다.

평신도들은 복음화와 인간 성화, 인간 구원에 봉사하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그 질서를 완성하도록 노력하여 사도직을 수행한다. 

세상 한가운데에서 세속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평신도의 신분이므로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 정신으로 불타올라 마치 누룩처럼 세상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름 받았다.”

-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 2항.

 

 

  “평신도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자신의 결합에서 사도직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받는다.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결합되고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의 힘으로 튼튼해진 평신도들은 바로 주님께 사도직을 받았다.

평신도들은 모든 활동을 통하여 영적 제물을 봉헌하며

세상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도록 왕다운 사제로, 거룩한 겨레로(1베드 2,4-10참조) 축성되었다.

모든 사도직의 생명인 사랑은 성사 특히 성체성사로 전달되고 자라난다.

... 봉사직무와 성사를 통하여 하느님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께서는 이 사도직을 수행하도록

신자들에게 특별한 은총을 주신다(1코린 12,7참조).”

-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사도직 활동, 3항.

 

  공의회는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할 모든 신자들에게 성령께서 특별한 은총을 주신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평신도 사도직의 분야는 다양합니다.

‘교회 안에서’ 단체에 소속되어 하나의 봉사를 맡는 사도직,

기도모임에 꾸준히 함께하고 성경공부에 충실한 직무,

‘가정 안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의 분위기 자체를 신앙에 초점을 맞추는 직무,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엔 친구들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산 증인으로 착한 행실을 드러내는 직무,

인간 삶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정치분야에서는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세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공헌하는 직무. 그 밖에도 다양한 직무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나는 이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그 직무가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성당에 왜 다니세요?’

'천주교는 어떤 종교입니까?'

‘하느님이 정말 계신가요?’

‘천주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저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가르칩니까?’

 

가톨릭 신앙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마주합니다.

바로 여기에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세속성이 있는 것이죠.

세상 한 복판에서 연꽃처럼 그리스도를 전하는 한 송이 꽃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하느님 학문에 대하여 공부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역할만 다를 뿐 ‘하느님 백성’이라는 한 이름의 공동체라면,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성직자와 수도자의 몫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함께 둘러 앉아 계신 우리 신자분들에게 더 크고 중대한 직무가 주어져 있다는 것이죠.

한국의 순교 성인 복자들께서는 대부분이 평신도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평신도 주일에,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성당에 나왔다가 가는 정도의 신앙이 아니라,

예수님을 닮은 평신도 그리스도 신앙인이 될 수 있는 겸손된 마음을 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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