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1011 나해 연중 제27주간 목요일(공짜를 주시는 하느님)
2018-10-11 00:31:53
박윤흡 조회수 831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루카 11,9)

  우리는 수도없이 ‘청함의 기도’를 봉헌합니다.

우리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 삶의 어려운 순간들에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것이겠지요.

직장에서 상사가 너무 힘들게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나를 도와달라며 청하는 모습일수도 있고,

가정 안에서 남편이, 아내가 또는 그밖에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시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게 해달라며,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며 청하는 것 일수도 있겠습니다.

또 사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이 사업이 잘 되게 해달라며, 우리 가정이 행복하게 해달라며 청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악습’이 있는데 이 악습을 제게서 없애 달라며 청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고3아이를 둔 부모님들께서는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실 것입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간청을 아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그 기도를 다 들어주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고 신앙을 잃게되는 원동력이 되는 듯도 합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루카 11,9)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안주실까?’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정말 안주시는 분이실까요?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분이실까요?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분명 들어주십니다.

그런데 그 기도를 들어주시는 때는 우리가 정말 필요할 때에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어요.

하나는 ‘하느님은 우리의 부적이 아니다.’라는 명제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께 ‘들어달라. 이뤄달라.’는 기도를 수없이 하는데 그 기도를 다 들어준다면

되려 세상은 겉잡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일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필요한 때를 기다리신다.’라는 것이죠.

기도하면 ‘뚝딱’하고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절대 그렇게 호락호락하시지 않아요.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라, 때로는 더 큰 시련과 고통을 주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그 일이 해결됩니다.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어요.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부적이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정녕코 필요한 때를 기다리신다.’

우리의 조급함이 되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를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믿음’이죠.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분명 우리를 선으로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힘든 순간이 있을지라도, 그 힘든 순간만 생각하면 정말 힘듭니다.

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가르쳐주시려고 하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난 너무 불행해.’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이 얼마나 비참합니까?

혹자는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되려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하느님께서 주신 것들을 묵상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미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셨어요.

 

  어느 초등학생이 쓴 시 한편을 소개해드리며 강론을 마치고자 합니다.

 

공짜

                                    박호현.

 

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많다.

공기 마시는 것 공짜.

말 하는 것 공짜.

꽃향기 맡는 것 공짜.

하늘 보는 것 공짜.

나이드는 것 공짜.

바람소리 드는 것 공짜.

미소 짓는 것 공짜.

개미 보는 것 공짜.

 

어렸을 때 우리가 많은 것을 바랐나요?

혼나는 시간이 아니면 모든 시간이 기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욕심이 많지 않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좋아보이고 감사했던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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