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812 나해 연중 제19주일
2018-08-10 19:19:51
박윤흡 조회수 1067

  몇 개월 전, 동기 신부님들과 함께 북악 스카이 웨이에 다녀 왔습니다. 

북악 스카이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죠.

‘아름답다!' 연신 외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야경 안에 있는 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닐까?’

 

  집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처지, 끊임없는 업무적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노동,

인간관계에서 오는 회의감 등이 떠올랐습니다.

그밖에도 가정에서의 어려움, 피할 수 없는 고독함과 인간적인 외로움, 현실세계에서의 냉혹함.

정말이지 ‘죽지 못해 살아간다’는 표현이 맞겠다 싶을 정도로 아물지 않는 상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아야' 하기에

오늘도 고군분투해야하는 모순투성이의 삶이

우리 현대인들이 겪어야만하고 헤쳐나가야만 하는 과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북악 스카이의 야경'이었습니다.

 

  이러한 삶의 역경은 어쩌면 오늘 1독서의 엘리야가 겪었던 두려움의 연속이요, 고통과 번민의 톱니바퀴로 다가왔습니다.

엘리야는 아무도 없이 홀로 떨어진 것처럼, 인간에게 극단적인 외로움을 체험하게 하는 광야에 들어섭니다.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1열왕 19,4)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하느님께 의탁을 해도 아무것도 내 뜻대로 해주지 않고

내가 기도를 해도 전혀 듣는둥 마는둥 하는 것처럼 하시는 하느님.

그 하느님께 엘리야는 되려 죽음을 선택하겠다며 절규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십니까?

천사를 통해 엘리야에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육체적, 영적 양식’을 주시면서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고 엘리야는 그 힘으로 사십 일을 걸어서 하느님과 만나는 호렙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의문이 생깁니다. '어떻게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하느님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2독서의 바오로 사도께서 하시는 말씀은 괄목할만하게 다가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를 위해서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셨습니다!’(에페 5,2참조)

 

  예수님께서는 매일같이 역경과 어려움을 겪는 우리를 위해서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셨고,

우리에게 먹히는 존재가 되셨다고 바오로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시는 ‘성체’로 다가오시는 것입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0-51)

 

  ‘나는 생명의 빵이다.’

매일같이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성체’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이미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그러니까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는 것이죠.

이제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양한 이유로 하느님의 대전 앞에 나와 있습니다.

절박한 의탁을 하기 위해서, 왠지 모를 죄책감 때문에라도 주일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절대자이신 하느님을 향한 동경 때문에, 봉사의 직책을 맡아 어쩔 수 없이 나와야만 하기 때문에 기타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 속에서 우리의 힘과 능력을 뛰어넘는 한계를 체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께서는 친히 '성체의 형상'으로 다가오심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엘리야처럼 호렙을 향해 40일 여정을 걸을 수 있도록, 우리 삶의 여정을 걸을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자

성체로 다가오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당신의 절절한 사랑고백을 선포하십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소중한 한 주간,

예수님께 의탁하는 은총의 한 주간이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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