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708 나해 연중 제14주일
2018-07-07 18:01:17
박윤흡 조회수 1194

 

 

  2009년 2월 17일에 신학교에서의 첫날밤을 보냈습니다.

신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어느새 10년이란 시간을 집밖에서 지내 온 것입니다.

 

요즘 드는 생각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친정에 가는 것이 부담된다’는 것입니다.

가끔 부모님댁에 가면, ‘아들~’하던 어머니께서, ‘신부님, 잘 지내지? 무소식이 희소식이에요.’라고 말씀하십니다.

중요한 건 꼭 ‘신부님’이라는 칭호를 붙이신다는 사실입니다.

갈 때 마다 ‘이제 나는 진짜 출가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께서 환영해주심에 감사하지만,

예전의 그 편안함이라기 보다는 ‘신부’로서 저를 대하시니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둘째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학창시절 동창들과의 만남이 부담된다.’는 것입니다.

20대 초반 때의 주제는 군대, 여자친구, 대학교였어요.

중반이 되니 돈, 여자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만났을 땐 돈, 연애, 육아, 결혼살림이 주제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주제가 없음을 알고 모임에 나가는 것이 편치 않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공감할 수 있는 건 학창시절 추억들 밖에 없는거에요.

그런데 또 그런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누군가의 과거나 단점을 들추고 안주나 가십거리로 삼아서 그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동기 신부들을 제외하고서 거의 동창들을 만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의 과거와 어릴적 사건들, 친인척관계로 색안경끼고 그분을 대합니다.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이었어! 누구의 형제야! 그땐 이랬는데 지금은 왜 저렇게 됐지?’

그런 생각들이 고향 사람들에게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은 기적을 일으키실 수 없었습니다.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을 향한 ‘믿음’이 없었던 것이죠.

 

  사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봐왔던 사람들이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은 언제고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되려 주변인의 그런 태도와 평가가 변화를 좌절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먼 이야기가 결코 아니에요.

집안에서 남편이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나 내일부터 담배 끊을거야.’

아내가 대답하죠. ‘아이고, 인간아. 내가 한 두 번 속냐?’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지만 모든 걸 안다는 이유로,

또 가깝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그 사람의 과거로 현재의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릴 때가 많습니다.

바로 이 ‘선입견과 편견’이

우리를 참 사랑으로 나갈 수 없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인도에서 혼자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만 은총을 베푸시는 분이 결코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벗어 던지고 모든 것을 새롭게 보려고 할 때,

내가 모르던 그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상대방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때

비로소 사랑은 우리 안에서 자라날 것입니다.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이 두 가지 악습으로 열매를 맺는 ‘뒷담화’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으로 오늘 강론을 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 안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곧 두 세 명만 모여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시작하죠.

그리고 이내 그 사람에 대한 뒷담화로 바뀝니다.

그들은 그렇게 판단과 단죄의 거짓일치를 만들며 자기네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죠. 다른 이를 쑤군덕대면서 말입니다.

그들은 습관처럼 내심 누군가를 비난합니다. 그런 다음 그들끼리도 갈라지고 서로가 서로를 험담하죠.

왜냐하면 그들은 본래 일치감이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선입견과 편견으로 생긴 뒷담화와 험담을 ‘흉악한 습관’이라고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는 누군가를 죽이고 밖으로 몰아내며 그 사람의 평판을 말살하기 때문입니다.”

‘거짓일치를 만드는 흉악한 습관 뒷담화’

20180517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 미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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