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624 나해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2018-06-23 13:13:52
박윤흡 조회수 1249

  교회는 오늘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기념합니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탄생’을 기념하는 인물은 두 분 뿐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요한 세례자와 우리들의 구세주이신 예수님입니다.

루카 복음서는 1장과 2장에 걸쳐 온통 요한의 출생이야기(오늘 복음)와

예수님의 탄생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은 신약과 구약을 나누는 경계선이다.

예수님께서는 루카 복음 16장 16절에서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세례자 요한에게서 끝난다.’고 말씀하심으로써

요한이 구약의 모든 예언자의 대표이며 마지막 예언자임을 선포하신다.

요한은 태어나기 전,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어머니 엘리사벳의 태중에서 기뻐 뛰논다.

요한은 태어나기 전부터 예언자로 간택되어 그리스도의 선구자로 드러난다.

이것은 인간의 미약한 이해력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업적이다.”

- 성무일도, 성 요한 세례자 대축일, 독서기도 중 제2독서,

성 아우구스티노의 강론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중에서.

 

  이 내용만 보더라도, 요한 세례자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도대체 요한 세례자 축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교회가 누군가를 ‘성인품’에 올린다는 것은 이승에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성인의 모범적인 삶을 귀감으로 삼아서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도합니다.

미국의 트라피스트 수도회 토마스 머튼 신부님께서는

‘성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만 있으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몇 가지 키워드를 정해서 성 요한 세례자의 삶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그리스도인의 소명

  이사야서 40장 3-5절에 이 말씀이 있습니다.

  “한 소리가 외친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

이에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리니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그것을 보리라.”(이사 40,3-5)

 

  이 내용은 루카 복음 3장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설교’라는 텍스트에 그대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루카 3,4)

이 대목에서 요한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범은, ‘하느님의 길을 닦는 도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말씀이신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존재를 외치며 ‘소리’역할을 한 요한입니다.

모든 사람이 구원의 빛을 볼 수 있도록 마치 천장에 구멍을 뚫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이는 우리가 세상 속에서 실현해야 할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하느님 앞에서의 겸손

  당시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훌륭하고도 위대한 가르침을 설파하는 그 모습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가

‘저 사람이 바로 메시아다!’라면서 요한을 가리켰습니다. 하지만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루카 3,16)

  요한의 이러한 태도는 ‘겸손한 인간성’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에게 추앙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구원자이신 예수님’께 모든 초점을 맞추는 요한의 모습은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의 자세가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나의 영광’이 아닌, ‘하느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인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주어짐에 감사하기

  앞서 첫 주제에서 말씀드렸던 세례자 요한의 설교 대목에서 요한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a.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3,11)

b.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루카 3,13)

c.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루카 3,14)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금 이 순간을 하느님께 감사하라!’는 것이죠.

이스라엘 백성처럼 불평하지 말고, 주어진 조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어렵고 힘들 수 있는 모든 사건과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숨은 배려를 찾아내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인의 소명’, ‘하느님 앞에서의 겸손’, ‘주어짐에 감사하기’를

세례자 요한의 가르침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로 이 가르침은 단 하나의 키워드로 집약됩니다.

 

‘하느님의 종!’

 

  “주님께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

나를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다.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이사 49,1.5)

주님께서는 이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의 종이다. 나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이사 49,3)

 

  세례를 일찍 받았던, 늦게 받았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소중히 보시고서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당신의 종으로 빚어 만드셨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세례자가 품었던 키워드, ‘소명’, ‘겸손’ 그리고 ‘감사’를 우리 삶에서 체화하고 살아나간다면,

구원의 문은 우리를 향해 활짝 열려서 빛을 쏟아낼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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