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329 나해 주님 만찬 성 목요일
2018-03-28 23:20:34
박윤흡 조회수 1186

  오늘은 주님 만찬 미사를 거행하는 ‘성 목요일’입니다.

어떤 교부는 이 성 목요일을 기념하며,

‘하느님의 거룩한 광채가 드디어 완전한 사랑으로 표현될 시작을 알리는 날이 선포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그분의 사랑이 표징과 기적, 말씀선포와 행동을 넘어서 당신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어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다 노골적이며 직접적인 구구절절한 사랑 고백이 시작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

포기하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

단 하나의 놓침도 없이 세상의 끝Fine del mondo을 향하는 주님의 완전한 사랑을

요한 복음 사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 ‘끝까지 향해 나아가는 사랑’에 대해서 스토리를 풀어갑니다.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야겠다!’

  그리스도교 인간학의 대부 로마노 과르디니는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 발 씻는 일은 분명히 매우 천한 일이었다. 손님들은 이런 일을 하는 종은 쳐다볼 가치도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 이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그런 일은 종이나 하는 일이다! 그런데 스승인 예수가 그들이 하려고 하지 않았던 일을 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 그리스도는 제자들과 함께 사시면서 특별히 ‘모범’을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옳은 일을 하셨다. 그러나 그분이 본을 보여주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의 행동이 참되고 옳고 본질적이기 때문에, 그분의 행동은 모범이 되어주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의미를 밝혀주고 참된 그리스도인일 수 있도록 힘을 주신다. ... 이 겸손은 인간 안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겸손의 길은 아래로부터 위로가 아니라 높은 곳에서부터 아래로 간다. 위대한 인간 앞에서 허리를 숙이는 작은 자의 자세는 겸손한 것이 아니라 진실한 것이다. 작은 자 앞에서 허리를 숙이는 위대한 인간이 겸손하다. ... 겸손은 하느님 안에서 생겨나고 피조물을 향한다. 위대한 신비이다! 사람이 되신 것-이것이 근본적인 겸손이다.”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남현욱, 박재순 역, 주님-예수그리스도의 생애와 인물-, 바오로딸, 532-534 참조)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려고 했던 것은 바로 ‘하느님의 겸손’입니다.

과르디니에 의하면, 발을 씻겨주는 행위는 종이나 하는 비천한 행동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곧, 주님께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당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신성의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표출한 것이죠.

하느님다운 하느님의 모습을 예수님께서는 이 세족례를 통해 보여주려고 하셨다는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이 말씀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6-8)

 

 

  우리는 지금 주님만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만찬은 단지 빵나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랑을 나누는 ‘사랑의 만찬’이죠.

주님께서 우리에게 겸손된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바로 ‘종의 모습’으로 말이에요!

그리고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하나의 과제를 주십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한 13,14-15)

 

  우리를 향해 다가오시는 예수님의 극진한 사랑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신앙 쇄신에 탁월한 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를 먼저 당신 몸소 닦아주셨기 때문이죠!

이렇게 주님께서 본을 보이신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발을 씻어주는..

단순히 발을 씻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 겸손된 자세로 이웃을 섬기는

그리스도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함께 기도합시다.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요한 13,8)

 

‘예, 주님! 당신께서 저를 씻어주셨으니

저도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나누는 십자가의 프로선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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