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114 나해 연중 제2주일
2018-01-13 18:07:16
박윤흡 조회수 1113

  몇 년 전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성당을 다니지 않을 뿐더러 다수가 신앙 생활을 하지 않는 친구들입니다.

물론 고등학생 때부터 저의 장래희망이 '가톨릭 교회의 신부'라는 것을 알곤 있었지만,

장난꾸러기에 공부는 잘 못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니기 좋아하는 제가

정말 신학교에 가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흡아, 너 왜 신부가 되려고 해? 왜 성당에 다니는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떤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없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분명히 내 인생을 걸고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명확하게 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교우분들도 직장에서나 친지들을 뵈었을 때

'왜 성당에 다니는지', '신앙생활을 하면 뭐가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오는 이들에게 물어보십니다.

 

"무엇을 찾느냐?"(요한 1,38)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제자들도 '저 이걸 찾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지 않죠.

복음사가는 이렇게 전합니다.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요한 1,39)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세상의 것들에서 체험할 수 없고,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으며,

듣도 보지도 못했던 그 이야기를 예수님으로부터 들었던 것은 아니겠는가!

왜냐하면 둘 중에 한 명이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하면서 그날 밤의 희열을 고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은 "나를 따르라!"하신 예수님의 부르심에 모든 것을 버리고 전적으로 투신합니다.

 

 

  감히 추측해보건데, 오늘 1독서의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이야기를 예수님께서 해주신 것이 아닐까요?

하느님께서는 사무엘을 당신의 충직한 종으로 부르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어, 그가 한 말은 한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1사무 3,19)하십니다.

마치 이런 것이죠. '너 나만 따라오면 돼. 내가 다 해줄게! 나만 믿어!'

이렇게 든든한 하느님 백을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소개시켜주신 것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제자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등에 업고 살아갈 은총을 주시면서 그리스도 신앙인으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 신앙인의 정체성은 무엇이겠습니까?

 

  2독서의 말씀처럼, "주님을 위해 있는 몸"(1코린 6,13)인 동시에,

하느님과 내가 분리되지 않고 결합된 ‘하나의 영적인 존재'(1코린 6,17참조)이며,

"성령의 성전"(1코린 6,19)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에 이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자신의 "몸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1코린 6,20) 하는 복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당신을 따르는 우리에게 물어보십니다.

 

"무엇을 찾느냐?"(요한 1,38)

 

교우분들 모두 말로 표현할 순 없는 각자의 대답이 있을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찾기 이전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며,

그 시간을 섭리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구원의 신비인 그리스도 신앙으로 초대하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매순간 우리 삶에 현존하십니다.

제자들에게 그러하셨듯이 "와서 보아라."(요한 1,39)하시면서

당신이 누구신지, 우리가 왜 성당에 다니고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당신이 어떤 존재이며, 또 당신에게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그저 좋아하기만하는 '팬'이 아니라 '제자'가 되기를 바라시는 것이죠.

 

  따라서, 우리의 몫은 단 하나입니다.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1독서에 등장하는 사무엘의 고백처럼,

일상의 매순간에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하느님 앞에서의 절대적인 겸손을 영혼 깊숙이 적시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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