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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마음 안에서
38. 데레사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에게서 교회에 대한 커다란 사랑을 이어받아 교회 신비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데레사가 발견한 ‘교회의 마음’에서 알 수 있습니다. 성녀는 수도 서원 6주년이 되는 1896년 9월 8일에 쓴 예수님께 드리는 긴 기도문64)에서 자신이 거대한 열망에, 곧 어떤 소명도 그 자체로 만족시킬 수 없는 복음에 대한 열정에 이끌리고 있음을 느낀다고 주님께 고백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교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바오로 성인이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의 12장과 13장에 의지하였습니다.
39.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12장에서 바오로 사도는 몸과 그 지체들에 대한 비유를 사용하여 교회가 매우 다양한 교계적 은사를 아우른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설명이 데레사에게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계속 찾아보았고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13장의 ‘사랑의 찬가’를 읽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을 얻게 되어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글을 적었습니다. “교회의 신비체를 숙고하면서 저는 바오로 성인이 묘사한 어느 지체에서도 저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니 오히려 저는 모든 지체 안에서 저 자신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애덕은 저의 소명에 대한 열쇠를 주었습니다. 저는, 교회가 여러 다른 지체들로 이루어진 몸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가장 필요하고 가장 고귀한 지체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 교회가 심장을 가지고 있고, 그 심장은 사랑으로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오직 사랑만이 교회의 지체들을 움직이게 하며, 만일 이 사랑의 불이 꺼지게 되면 사도들은 더 이상 복음을 전파하지 못할 것이고, 순교자들은 자신의 피를 흘리려 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모든 부르심을 포함하며, 사랑은 모든 것이고, 사랑은 모든 시대 모든 장소를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 한마디로, 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저는 넘치는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오 예수님, 저의 사랑이시여 … 저의 소명, 마침내 저는 그것을 찾았습니다. … 저의 소명은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저의 자리를 찾았습니다. 오, 저의 하느님, 저에게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십니다. 제 어머니이신 교회의 심장에서 저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모든 것이 될 것이고 제 꿈은 실현될 것입니다.” 65)
40. 이 마음은 승리 교회의 마음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겸손하며 자비로운 교회의 마음입니다. 데레사는 결코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위에 놓지 않고, 하느님의 아드님과 함께 가장 낮은 자리에 둡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하여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리 2,7-8 참조).
41. 교회의 마음에 대한 이러한 발견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커다란 빛의 원천이 됩니다. 이는 그림자와 죄로 얼룩진 교회 단체의 한계와 약점으로 구설수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 주고 우리가 오순절에 성령의 은사로 불타올랐던 교회의 ‘사랑으로 불타는 마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합니다. 이 마음은 우리가 하는 애덕의 행동 하나하나로 다시 불이 타오릅니다. “저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 이 말은 데레사의 근본적인 선택이었고 그녀의 최종 종합이자 가장 깊은 그녀의 영적 정체성이었습니다.
장미꽃 소나기
42. 수많은 성인이 ‘천국에 가고자’ 하는 그들의 염원을 커다란 열정과 화술로 표현하였던 수 세기가 지난 다음 데레사 성녀는 진심으로 다음과 같이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천국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스스로 물어볼 정도로 온갖 종류의 심각한 내적 시련을 겪고 있었습니다.” 자서전 유고 A, 80v°, 205면. 이는 믿음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믿음 안에서 지성과 의지가 모두 작용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의지를 따르는 것이 매우 견고하게 뿌리 내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 지성은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66) 또 다른 때에 데레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제가 천국의 행복과 하느님의 영원한 소유에 관하여 노래할 때 나는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는 단지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노래하기 때문입니다.” 67)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데레사는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을 생각하기보다 교회의 마음속에 불을 놓으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있었습니다.
43. 데레사에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천국에 대한 강렬한 그녀의 열망을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한 지속적이며 불타는 열망으로 나아가게 하여,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분께서 사랑받으시게 만드는 사명을 천국에서 계속하려는 꿈으로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에 쓴 편지 가운데 하나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저는 천국에서 활동하지 않은 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참으로 믿고 있습니다. 저의 열망은 교회와 영혼들을 위하여 끊임없이 일하는 것입니다.” 68) 그리고 데레사는 이와 같은 시기에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이 땅에서 저의 천국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땅에서 선한 일을 하면서 저의 천국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69)
44. 데레사는 이러한 말들로 주님께서 그녀에게 베푸신 특별한 선물, 하느님께서 그녀에게 비추시는 놀라운 빛에 대한 가장 확실한 응답을 드렸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녀는 전적인 신뢰에서 시작하여 다른 이들을 위한 전적인 내어 맡김으로 끝을 맺는 최종적인 개인의 복음에 대한 종합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어 맡김의 결실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죽은 다음에 하고 싶은 모든 좋은 일을 생각합니다.” 70) “하느님께서 이를 이루고 싶지 않으셨다면 저에게 죽은 다음에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하려는 열망을 주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71) “이는 장미꽃 소나기와 같을 것입니다.” 72)
45. 그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신뢰입니다”(C’est la confiance).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고 두려움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우리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을 멈출 수 있게 도와주고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그분 손에 맡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형제자매들의 선익을 추구하기 위한 사랑과 활력의 위대한 원천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데레사는 자신의 생애 마지막 날의 고통 속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직 사랑만을 의지합니다.” 73)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랑뿐입니다. 신뢰는 장미꽃을 피우고 하느님의 차고 넘치는 사랑이 흘러나오듯이 장미꽃들을 쏟아붓습니다. 따라서 무상의 선물이며 은총의 값진 선물과 같은 이러한 신뢰를 청하여 우리 삶 속에 복음의 길이 열릴 수 있게 합시다.
4. 복음의 심장에서
46. 「복음의 기쁨」(Evangelli Gaudium)에서 저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사안들을 강조하려고 원천의 새로움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러한 초대를 다시 언급하며 새롭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종합의 박사
47. 데레사 성녀에 관한 이번 권고에서 저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선교하는 교회에서 “그 선포는 본질적인 것에, 곧 가장 아름답고 가장 크고 가장 매력적이면서 가장 필요한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그 깊이와 진리가 손상되지 않으며, 더욱 설득력 있고 힘찬 것이 됩니다.” 74) 그 메시지의 빛나는 핵심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 구원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아름다움” 75)입니다.
48. 모든 것이 똑같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교회의 진리들 사이에 질서나 위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신앙 교리는 물론이고, 교회의 도덕적 가르침을 포함한 교회의 가르침 전체에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76) 그리스도교의 윤리적 메시지의 핵심은 삼위일체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인 애덕입니다. 따라서 “이웃을 향한 사랑의 활동은 성령의 내적 은총을 가장 완벽하게 밖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77)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랑뿐입니다.
49. 데레사가 성녀로서 그리고 교회 학자로서 우리에게 기여한 특별한 공헌은 예를 들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과 같이 분석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녀의 공헌은 다소 종합적인데, 그 천재성이 우리를 중심이 되는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것으로 이끄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교회의 모든 가르침과 규칙이 그 중요성과 가치와 명확성을 지니고 있지만, 몇몇 가르침과 규칙은 그리스도인 생활을 위하여 더욱 시급하고 더욱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그녀의 말과 경험을 통하여 보여 줍니다. 그곳이 바로 데레사가 그녀의 눈과 마음을 둔 곳입니다.
50. 신학자, 윤리 신학자, 영성 저술가, 사목자, 신자로서 각자 어디에서든 우리는 데레사의 이러한 통찰력을 끊임없이 습득하여 이론적이며 실천적인, 교리적이며 사목적인, 개인적이며 공동체적인 결과들을 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에게는 담대함과 내적 자유가 필요합니다.
51. 때때로 사람들은 데레사 성녀의 메시지 가운데 부차적 표현들을 인용하거나 기도, 희생, 성체 신심 그리고 다른 많은 아름다운 증언처럼 다른 성인들과 공통된 것들을 언급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그녀가 교회에 준 선물에 대한 가장 특별한 내용들을 놓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모든 이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하나의 사명입니다. 또한 이는 역사의 정해진 때에 복음의 한 측면을 반영하시고 구현하시고자 하신 아버지의 계획입니다.” 78) 실제로, “주님께서 한 성인을 통하여 건네고자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깨달으려면, 세부적인 것들에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 …… 우리가 관상해야 하는 부분은, 성인의 온 생애와 성화를 향한 전 여정,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반영하는 그의 모습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반영하는 그 성인의 모습은 그가 한 인간으로서 지닌 전체적 의미를 우리가 파악할 수 있을 때 드러납니다.” 79) 데레사 성녀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종합의 박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52. 하늘에서 땅까지 아기 예수와 거룩한 얼굴의 성녀 데레사의 시의적절한 증언은 그녀의 작은 길의 모든 위대함 속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에 집중하라고 다그치는 시대에 데레사는 우리의 삶을 선물로 만드는 아름다움을 보여 줍니다.
가장 피상적인 요구와 열망을 떠받드는 시기에 그녀는 복음의 급진주의를 증언합니다.
개인주의의 시대에 그녀는 우리에게 상대방을 위한 전구가 되는 사랑의 가치를 발견하게 합니다.
인간이 위대함과 새로운 형태의 권력에 집착하는 시기에 그녀는 우리에게 작은 길을 보여 줍니다.
수많은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외면하는 시대에 그녀는 우리에게 서로에 관한 관심과 책임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줍니다.
매우 복잡한 시기에 그녀는 단순함의 중요성, 사랑과 신뢰와 내어 맡김의 절대적인 우선성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규칙과 규정으로 채워 복음의 기쁨을 식게 만드는 율법주의나 도덕주의의 사고방식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무관심과 자기 몰입의 시대에 데레사는 우리가 예수님과 복음의 매력에 사로잡혀 선교하는 제자들이 되도록 영감을 줍니다.
53. 탄생 150주년을 맞은 데레사는 순례하는 교회 안에, 하느님 백성의 마음 안에 그 어느 때보다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였듯이 이 땅에서 좋은 일을 하면서 우리 순례의 길에 동행합니다. 그녀의 영적 생명력의 가장 사랑스러운 표징은 데레사가 멈추지 않고 뿌리는 수없이 많은 ‘장미꽃’입니다. 곧, 우리가 우리 삶의 여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그녀가 바치는 사랑의 전구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입니다.
사랑하는 데레사 성녀여,
교회는 복음의 빛과 향기와 기쁨을 발산하여야 합니다.
우리에게 당신의 장미꽃을 보내 주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당신이 그러하였듯이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언제나 확신하여
우리가 날마다 당신 성덕의 ‘작은 길’을 본받게 하소서.
아멘.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교황 재위 제11년
2023년 10월 15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