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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52회 평신도 주일 강론
2019-11-10 14:52:58
김정태 (raymond) 조회수 263

제52회 평신도 주일 강론

 

찬미 예수님!

 

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평신도 주일에는 평신도 중 한분이 미사 강론을 맞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교회의 방침에 따라 제가 감히 이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평신도 주일은 평신도 들이 교회와 사회 속에서 평신도에게 부여된 사명을 다시금 되새기고, 그 사명을 능동적으로 실천하도록 격려하고 촉구하는 날입니다.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 교회는 외국의 선교사가 아닌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세계에서 유일한 교회입니다. 지금 천진암에 잠들어 계시는 이벽, 이승훈, 정약종, 권철신, 권일신 등이 그 주역입니다. 또한 시성된 성인 중 특히 평신도가 많은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1968년부터 해마다 평신도 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만, 이날을 우리는 교회가 정한 하나의 행사로 간단히 보낼 것이 아니라, 신앙 선조들의 열정적이고 깨어있는 신앙을 본받아, 이를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매우 적절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마카베오 형제들은 조상들을 통해 전해져온 하느님의 법을 어기라는 박해자들의 요구에, “조상들의 법을 어기느니 차라리 죽을 각오가 되어있소” 하고 단호히 거부하며, 하느님께서 새로운 생명을 주실 것이라는 부활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순교 선조들도, 하느님을 버리라는 회유와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목숨을 바쳐 신앙을 굳게 증언하였습니다. 마카베오 형제들처럼 우리의 신앙 선조들에게는 하느님이 생명의 주인이시라는 굳센 믿음과, 하느님께서는 당신 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리라는 변치 않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거듭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활을 부정하는 사두가이들의 질문에 예수님은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라고 하시며,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밝히십니다. 나아가 몸소 부활하심으로써 이 희망을 우리에게 생생히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금년 수원교구 평협은 설립 50주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뜻 깊은 해에 우리는 지나온 과거의 발자취를 교훈 삼아,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더 한층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정보화 사회의 도래로 인한 기술의 혁명, 미디어의 홍수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 경시되고 있는 인간의 존엄, 부모들의 무관심으로 인한 신앙 전수의 단절 등 밀려오는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은 뒷전으로 밀리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를 감지하시고 이용훈 마티아 교구장께서는 복음화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효율적으로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대리구제가 바로 그 요체입니다. 이를 통해 교구는 교구장님과 대리구장 주교님들 그리고 지구장 신부님들과 본당 신부님들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복음화 사명의 수행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평신도인 우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봉사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는 능동적으로 응답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복음화는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무요 권리이지만, 현실 세계 안에서 복음화의 첫 번째 책임은 그 세상 속에서 부딪치며 살아가는 평신도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평신도들의 복음 선교활동의 무대는 바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광범위하고 복잡한 현실 세계입니다. 따라서 평신도들은 사회교리를 배우고 익혀서 세상을 복음화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가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사회의 부조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시는 이유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서로 이념적으로 갈라져,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다르면 상대방을 적으로 대하고 대화조차도 기피하는 심각한 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유를 강조하는 우파와 평등을 중요시하는 좌파 모두 틀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늘을 나르는 새와 비행기가 한 날개만으로 나를 수 없듯이 이 양자가 함께 존재하고 균형을 유지할 때 국가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전된 민주 사회는 예외없이 많은 논쟁과 경험을 토대로 양자를 서로 수용하여 보완적이고 융합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념문제는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개별 주장에 있어, 무엇이 진실이며 옳고, 무엇이 허위이며 틀린 것인지? 무엇이 정의이며 불의인지? 무엇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합당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우리 모두 진영논리를 벗으나 제기되는 문제를 깊이 살피고 냉철히 숙고하여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더욱 올바른 판단이 가능해 지고, 이러한 자세가 우리가 현실 사회를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합당한 환경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깨어있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이러한 자세를 가져라는 당부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선택받은 신앙인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로 실의에 빠진 이웃, 가난에 허덕이며 병마와 싸우는 이웃, 불의하게 천대받고 있는 다문화 노동자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가슴 아파하는 이웃들에게 기쁨이 되고, 용기를 주며, 희망을 간직할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펴는데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우리 신앙인 모두는 이 세상을 주님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이웃과 사회를 주님의 사랑으로 충만케 하는 사람들입니다. 요즈음과 같은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가 먼저 희생하지 않고는, 그리고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않고는 진정한 이웃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오늘 이 미사는 가정 미사이므로 어린이들도 많이 참석해 있기에 어린이들에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사랑의 결실로 창조된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부모님을 통하여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께는 물론 부모님께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 잘 배웠겠지만 아버지 몸에서 나온 3억개 이상의 정자 중 하나가 어머니 몸의 난자와 합하여 사람이 탄생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3억 이상의 경쟁에서 1등을 하여 태어난 매우 영광스럽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약 9개월, 정확하게는 266일 동안 우리를 배속에서 키웠습니다. 태어난 아이는 보통 3kg 내외이지만 어머니는 그 아이를 안전하게 자라게 하기 위하여 양수, 탯줄 등을 포함하여 몸무게가 약 30kg 이상 불어나게 됩니다. 30kg 이상이나 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생활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따라서 우리는 어머니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항상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버지 또한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것이 자녀들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매일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자녀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중에 부모님들이 냉담하거나 신앙을 모르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부모님들도 누구보다 여러분들을 사랑할 것이므로 부모님을 성당으로 이끌도록 권유해야 하겠습니다. 어미 소나 황소를 개울을 건너게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때 송아지를 먼저 강을 건너게 하면 어미 소나 황소가 스스로 송아지를 따라 강을 건너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어린이 여러분을 교회로 부르실 때에 이것 또한 부모님을 부르시는 하느님의 손짓입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미사에 참석하는 여러분을 모습을 기대합니다.

 

한국의 가을은 세계인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게 물들어져 있습니다. 이 계절 또한 주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므로 주님께 감사드리며 기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김정태 레이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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