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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교우들에게 남긴 편지
2018-07-04 18:28:00
박윤흡 (missa00) 조회수 964
  옥중에서, 1846년 8월 말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 지어다.
천주께서 무시지시(無始之時)로부터 천지 만물을 배설(配設)하시고,
그 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模像)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위자(爲者, 즉 창조주)와 그 뜻을 생각할지어다.
 
   온갖 세상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다.
이 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 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난 보람이 없고, 있어 쓸데없고,
비록 주은(主恩)으로 세상에 나고 주은으로 영세 입교하여 주의 제자되니,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이 없으면 이름이 무엇에 쓰며, 세상에 나 입교한 효험(效驗)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배주배은(背主背恩)하니, 주의 은혜만 입고 주께 득죄(得罪)하면 아니 남과 어찌 같으리오.
 
   밭을 심는 농부를 보건대, 때를 맞추어 밭을 갈고 거름을 넣고 더위에 신고(辛苦)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밭 거둘 때에 이르러 곡식이 잘되고 염글면,
마음의 땀낸 수고를 잊고 오히려 즐기며 춤추며 흠복(欽服)할 것이요,
곡식이 염글지 아니하고 밭 거둘 때에 빈대와 껍질만 있으면,
주인이 땀낸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에 거름내고 들은 공부로써 그 밭을 박대하나니,
이같이 주께서 땅을 밭을 삼으시고 우리 사람으로 벼를 삼아 은총으로 거름을 삼으시고 강생구속(降生救贖)하여
피로 우리를 물 주사 자라고 염글도록 하여 계시니,
심판날 거두기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염근 자 되었으면 주의 의자(義子)로 천국을 누릴 것이요.
만일 염글지 못하였으면 주의 의자로써 원수가 되어 영원히 마땅한 벌을 받으리라.
 
  우리 사랑하온 제형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께서 세상에 내려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가운데로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나게 하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종도(宗徒) 때부터 지금까지 이르러 성교 두루 무수 간난(艱難)중에 자라니,
이제 우리 조선이 성교 들어온 지 50~60년에 여러 번 군난(窘難)으로 교우들이 이제까지 이르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熾盛)하여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患難) 중을 당하니, 우리 한 몸이 되어 애통지심(哀通之心)이 없으며,
육정(肉情)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교(聖敎)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께서 돌아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어 돌보신다’하였으니,
어찌 이렇듯한 군난이 주명(主命)이 아니면 주상 주벌(主賞主罰)아니랴!
주의 성의(聖義)를 따라오매, 온갖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황(遑遑)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 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友愛)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앗기까지 기다리라.
혹, 무슨 일이 있을 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위주 광영(爲主光榮)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여기 있는 자 이십인은 아직 주은으로 잘 지내니 설혹 죽은 후라도 너희가 그 사람의 가족들을 부디 잊지들 말라.
할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紙筆)로 다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마음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너희 이런 난시(難時)를 당하여 부디 마음을 허실히 먹지 말고
주야로 주우(主祐)를 빌어, 삼구(三仇)를 대적하고
군난을 참아 받아 위주광영하고 여등(汝等)의 영혼대사(大事)를 경영하라. 이런 군난때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德功)을 크게 세울 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사주 구령사(事主救靈事)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 성녀의 자취를 만만 수치(修治)하여
성교회 영광을 더으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가 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저의 긍련(矜憐)하실 때를 기다리라.
 
   할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저희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 
 
  부감 김 안드레아 
 
  세상 온갖 일이 막비주명(莫非主命)이요. 막비주상주벌(莫非主賞主罰)이라,
고로 이런 군난도 또한 천주의 허락하신 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爲主)하고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리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께서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사랑을 이뤄,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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