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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장의 소임을 내려놓으면서. . .
내일인 1월 9일자로 총회장의 소임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이 자리를 맡아왔으나 뚜렸한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것 같아 신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미 작고하셨으나 이탈리아 밀라노 교구의 소속사제로 스테파노 곱비(1930~2011)라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42세 때 파티마 성모발현 경당에서 기도하던 중 성모님과 영적으로 교감하여 ‘마리아 사제운동’과 ‘다락방 기도모임’을 시작하라는 임무를 부여 받습니다. 그분이 성모님께 저보다 더 적당하고 유능한 사람도 많은데 왜 너무 부적당하고 무능한 저를 택하여 이러한 중요한 임무를 맡기시느냐고 성모님께 묻자, 성모님께서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도구”라는 이유 때문에 네가 선택된 것이다라고 답하십니다. 이 일은 오직 성모님의 사업이므로 성모님께서 사령관이 되시어 이끌어 나가실 것인데, 네가 적합한 사람이라면 이 일의 성공이 너의 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첨언하십니다.(‘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들에게’의 1973. 7. 16. 메시지 중에서)
이 메시지 책을 보면서 교구 성령쇄신봉사회에서 봉사할 때나 수리산성지에서 봉사할 때, 제가 그 자리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 소임을 맡게 되는 주된 이유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 5년 반전 본당의 주임 신부님으로부터 총회장직을 부름 받았을 때도 이미 나이도 70에 가까운 고령이었고, 또 본당 봉사 경험이 많지 않아 본당 분위기나 사람들도 잘 모르기에 주저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제가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고, 이 일도 예수님과 성모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꺼이 수락하였습니다. 사실 총회장 재임 기간 동안 예수님과 성모님의 보살핌이 항상 함께 해 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행복했습니다.
총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저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저의 부족한 점을 하나 더 발견하였습니다. 종전에는 제가 부드러운 남자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으나 이는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으며, 사실 매우 강한 본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한 물체는 접촉하는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듯이 저의 이러한 본성이 본의 아니게 다른 분들께 불편이나 상처를 준 경우가 많았음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떠나면서 그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용서를 청합니다.
신부님과 수녀님께도 그 동안 충분하게 보필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저 때문에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아 송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고락을 함께해 주신 상임위원을 비롯하여 봉사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족한 저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겠지만 잘 견디고 참아 주셨습니다.
본당 형제 자매님께도 그동안 여러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본당과 본당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김정태 레이몬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