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505 다해 부활 제3주일/생명주일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
2019-05-04 21:05:13
박윤흡 조회수 720

  ‘문화’라는 말 다들 잘 아시죠? ‘문화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정의를 해보자면, 

‘문화’는 '정치와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일상 삶의 모든 것을 포함한

물질적, 정신적 과정 안에서 드러난 인간 삶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요셉 라칭거 추기경께서는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신앙과 문화와의 만남’이라고 하십니다.

문화는 나라와 인종, 계층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렇게 다른 문화권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2,000년 역사동안 한 줄기로 이어져 온 천주교 신앙을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이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고민이었던 것이죠.

예를 들면, ‘천주교 신자는 제사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삼우 미사는 유교의 관습인지’,

‘한국인은 흥이 많은 민족이라 박수치며 찬송가를 많이 하는 교회엔 사람이 많고 성당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유교에서의 영혼 불멸 사상과 천주교에서의 부활 신앙이 같은 것인지’ 등의 의문들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한국적인 문화와 그리스도교적인 문화가 충돌을 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를 초월하여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문화의 키워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희망과 사랑’입니다.

희망과 사랑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품고 있는 절대적인 갈망입니다.

피부가 하얀 사람, 까만 사람, 누런 사람 모두 희망을 꿈꾸고 사랑하는 삶을 바라는 것이죠.

천주교 성당에서, 가톨릭교회는 바로 이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얻어지는 희망과 사랑에 대하여 가르칩니다.

문화로 표현하자면 ‘생명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죽음의 문화’도 있습니다. 이 ‘죽음의 문화’라는 표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처음 사용하신 단어입니다.

그 일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금주의와 황금만능주의, 물질주의의 유혹, 성과주의와 무한경쟁,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익명성,

이기주의와 분열, 다양한 형태의 물질적, 영적, 정신적 가난,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린이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 등을 ‘죽음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죽음의 문화의 모델들은 우리 삶의 자리에 가까이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 접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 죽음의 문화 안에서 헤엄치고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성당을 다니는 신앙인들은 죽음의 문화를 식별하고 ‘생명의 문화’로 넘어가야 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요한 21,6)

실제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물을 오른쪽에 던지니 제자들은 신비스러운 체험을 하게 되며 하느님의 힘을 깨닫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단순한 진리를 알려줍니다.

‘오른쪽으로 그물을 던지라고 하니, 그물을 던졌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이지만

이 안에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했다.’는 자유의지가 내포되어 있어요.

우리가 죽음의 문화가 아닌, 생명의 문화를 살기 위해서 중요한 점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오지만 대표적으로 3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 양심(하느님의 목소리), 대자연이 그것입니다.

 

  오늘 교회는 부활 제3주일을 맞이하며, 동시에 ‘생명주일’을 보냅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바치시고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을 보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생명의 문화를 우리 삶의 자리에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더불어 삶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 겸손함을 청하는 오늘 하루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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