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317 다해 사순 제2주일(세례성사-거룩한 변모-부활의 삶)
2019-03-16 15:13:48
박윤흡 조회수 946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그 유명한 ‘타볼산의 거룩한 변모 사건 이야기’입니다.

골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타볼산에 올라가 눈부실 만큼 환히 빛나는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는 것이죠.

부활을 향해 나아가는 사순 드라마에서 ‘초중반’에 해당하는 사순 제2주일에

‘거룩한 변모 사건 이야기’를 소개한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저는 복음을 분석 묵상하면서 몇 가지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첫째, ‘왜 굳이 이 세 명일까?’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루카 9,28)

흥미롭게도, 예수님께서는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에도(마르 5,37 참조),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니에 기도하러 가실 때에도 이 세 명을 데리고 가십니다.(마르 14,33 참조)

  신학자들에 따르면, 그들은 ‘증거자’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나는 이 증거의 선포자와 사도로,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과 진리를 가르치는 교사로 임명을 받았습니다.”(1티모 2,7)

  헌데 특별한 사건, 중대한 일을 앞두고서 부르시는 제자들인데

흥미롭게도 이들은 꼭 예수님께서 기도만 하시면 잠이 들어요.

변모 사건에서도, 피땀이 흐르는 겟세마니에서도 이들은 ‘잠이 들었다.’고 복음사가는 전합니다.

 

  따라서 두 번째 질문은 이것입니다. ‘잠이 들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베드로와 그 동료들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 예수님의 영광을 보았다.”(루카 9,32)

예수님께서는 중대하고도 특별한 사건을 앞두고서 이들을 부르는데 꼭 ‘잠이 든다’는 것이죠.

  어쩌면 가끔 신앙 냉담의 유혹에 빠지거나 무료한 신앙생활에 놓인 우리들의 자화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을 증거하는 부르심을 받았지만 마치도 잠에 빠진 제자들처럼,

영적인 잠듬, 그러니까 영적으로 깨어있지 못한 채로

언제나 우리에게 당신의 변모를 보여주시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수많은 변모들이 있습니다. 변모는 ‘모습이 변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게 못살게 굴고 나쁘게 행동했던 사람이 착하고 친절해지기도 하고,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던 사람도 내게 잘해줄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은 나보다 못하다며 생각했다가도 어떨 때면 나보다 나아보일 때도 있어요.

가끔 전에 살던 집이나 고향에 가면 내가 지내던 때와는 달리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모습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변모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지만,

우리들의 신앙 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로 변한다는 변화입니다.

우리가 그 거룩한 변화를 믿는다면 말입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사순 제2주일을 맞아 나에게 바라시는 변모는 무엇일까?

주님의 변모 사건이 우리 모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제자들이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마주하고서 들은 음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다.’ 이 구절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실 때를 상기해 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세례 때에 하신 그 말씀을 오늘 변모 사건에서 이어 말씀하십니다.

‘아! 어쩌면 하느님께서 오늘 변모 사건을 통해 나에게 바라시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변모’가 아닐까?‘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세례성사를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세례를 통해 성령을 부어주심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거룩한 변모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은요, 우리 자신이 변모의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알기를 바라시는 겁니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거룩하게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요, 은총이며 자비입니까?

 

  우리는 증거자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증거자들이에요.

미사성제를 봉헌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먹고 살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혼탁한 세상에 전파하는 그리스도의 증거자들입니다.

하지만 때론 제자들처럼 영적 게으름과 나태함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내 곁에 계시면서

내가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당신의 변모를 통해 우리를 부활의 삶으로 이끌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특별히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로부터 거저받은 세례성사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인호를 제 영혼에 새겼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성령의 도장을 찍으셨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처럼 변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물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큰 신비는 이 세상에 없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가 하늘나라 시민의 정체성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천상 나라의 시민임을 기억할 때 거룩한 변모를 희망할 수 있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삶을 통해서만이 결국 거룩하게 변모하는 부활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낙담하지 마십시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부활의 삶을 희망한다면 분명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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