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925 다해 연중 제25주간 수요일(먼지를 털어내라! = 흔적을 남겨라!)
2019-09-25 18:04:37
박윤흡 조회수 797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를 파견하는 장면입니다.

쉽게 말하면, ‘선교하러 가는 제자들’이죠.

지팡이, 여행 보따리, 빵, 돈, 여벌 옷... 사실 어딜 가려면 가장 필요한 것들 중 하나인데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예수님’만 품고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믿음을 촉구하는 말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오늘 복음에 다른 부분을 묵상했습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고을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루카 9,5).

이 ‘먼지를 털어 버리라’는 말씀, 무슨 의미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루카 복음 10장에 보면, 일흔 두 제자를 파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앞부분은 비슷한 말씀으로 전개가 되는데 ‘먼지를 털어버리라’는 말씀은 이렇게 서술하십니다.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길에 나가 말하여라.

‘여러분의 고을에서 우리 발에 묻은 먼지까지 여러분에게 털어 버리고 갑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에는 소돔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루카 10,10-12).

 

  복음을 전하기 위해 파견된 제자들은 은총이 충만했습니다.

제자들은 자기들이 만나는 사람 단 한 명이라도 회개시켜서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도록 하려는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복음을 기쁘게 받아들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지난 4월 가두선교하시면서, 또 평소에 선교하시면서 많이 느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두 달 전쯤, 한 형제님께서 저에게 다가오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신부님, 저는 냉담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지난 봄에 범계성당에서 나와 선교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느님을 저버리고 살았던 것 같아서요. 이제 다시 다녀보려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먼지를 털어 버리라’는 말씀은 제게 ‘흔적을 남기라’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당장에야 사람들이 성당에 찾아오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끊임없이 예수님의 제자임을 인식하고 일상 안에서 선교하려고 발버둥 친다면,

분명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리스도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죠.

당장에 그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예수님을 언제나 의식하고 그 사랑의 복음을 전하려 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입니다.

우리의 지향이 올곧다면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영혼에 그리스도의 흔적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흔적을 남기는 신앙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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