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913 한가위(기억하기)
2019-09-13 10:37:46
박윤흡 조회수 565

풍성한 한가위 보내십시오 !

  그저께 제의실에서 제의를 입던 중에 어린이 복사단에 한 친구가 제게 물어보았습니다.

‘신부님, 제사는 유교 전통인데 천주교 신자도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거에요?’

 

  천주교는 1930년대까지 돌아가신 조상 앞에서 절을 하고 섬기는

조상 제사를 미신 행위로 여기고 제사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헌데 의문이 생기는 것이죠.

‘선조들을 공경하는 민족 풍습인 제사가 과연 교리에 어긋나는가?’

그리하여 1939년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이런 훈령을 반포합니다.

“제사 의식은 그 나라의 민속일 뿐, 교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미사 경본에 보면,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설과 한가위를 위한 고유 미사 기도문이 있습니다.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 가족을 역사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

둘째,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조상께 대한 효성’입니다.

 

오늘은 ‘한가위’로 삼행시를 지어보았습니다. ‘한’ 마음으로 ‘가’족을 ‘위’하는 시간

한마음으로 가족 공동체 서로를 위하는 시간, 조상들을 위하여 기도를 봉헌하고

함께 둘러 앉아 밥 한 끼 나누는 우리 가족 서로를 위하는 시간이 바로 ‘한가위’가 아닐까 싶은 묵상을 해봅니다.

 

  오늘 2독서는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조상들을 기억하라’고 선포합니다.  

이 한가위는 우리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가족들, 할아버지와 할머니, 내 아버지, 내 어머니,

가슴에 묻은 내 자식, 나의 조카.. 하느님 품에 안긴 사랑하는 가족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을 떠난 우리 가족들에게 말씀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그리고 하늘나라에 오른 가족들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오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문득 시편 89편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서야 팔십 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덧없이 사라지고 맙니다”(시편 89,10)

 

  돈이 하느님이 되어버린 세상입니다.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선포하시는데,

우리는 돈 때문에 가족들과의 관계가 서먹해지고 심지어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만큼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진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하느님께 있다.’

  우리가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 섬겨야 하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이 내 생명의 주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1독서는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요엘 2,23-26).

 

  오늘의 강론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한가위는, ‘한 마음으로 가족들을 위하는 시간’입니다.

그리움으로 품고 사는 가족들과 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가족들 모두를 위하는 시간입니다.

그렇기에 이 시간은 충만한 시간이고 또 거룩한 시간입니다.

  특별히 이 시간이 거룩함으로 충만하기 위해서 우리는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내 안에 계신 하느님, 너 안에 계신 하느님,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을 발견하고 만난다면,

우리가 보내는 이 명절은 하느님께서 축복하시는 천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요한 1서의 말씀으로 강론을 갈무리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부모, 자녀,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 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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