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509 다해 부활 제3주간 목요일("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저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2019-05-09 16:39:17
박윤흡 조회수 764

  한 달에 한 번, 육체적 건강을 이유로 성당에 나오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병자 영성체’를 나갑니다.

말 그대로 성체를 모시고 가서 영해드리는 거룩한 직무(성무)입니다.

 

  대체적으로 가정집, 요양원을 가는데 아주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어떻게 뭐하나 더 주시려고 서랍을 뒤적거리시는 어르신들을 뵈면 마음이 찡합니다.

두유, 요구르트, 비타민 음료 등 많은 것들을 내어주십니다.

직무수행을 갔다가 되려 더 많이 받아오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힘들고 지치는 일상의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면서

제 손을 꼭 붙잡고선 간절한 눈빛으로 기도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럴 때면 인간적인 마음에 ‘하느님은 도대체 무얼 하시느냐’며 원망 섞인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하시면서 한 달을 기다렸는데

10분 있다가 가면 서운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예약된 시간이 있으니 떠나야 하고 그럴 때면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찾아옵니다.

 

  그래도 공통적인 면이 있어요.

이 분들은 한 달에 한 번 성체를 모시다 보니 성체를 영하시면 성호경을 수없이 그으십니다.

‘제 건강을 낫게 해달라.’ ‘저를 지켜달라.’하시는 간절한 믿음과 희망이 담긴 기도로 제게 느껴지기에 마음이 울컥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앞선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요한 6,47)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믿음’을 당부하십니다.

 

  고등학생 시절, 독서실을 함께 다니던 친구를 성당에 데리고 간적이 있어요.

미사 중 영성체 시간이 되었고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진섭아, 너는 여기 앉아있으면 돼.” 성체를 모시고 들어오니,

친구가 물어봅니다. “흡아, 그 빵 무슨 맛이냐?”

 

  누군가에게 성체는 그저 누룩없는 밀가루 빵입니다.

하지만 믿음이 있는 우리에게 이 성체는 영원한 삶을 약속하시며 직접 내어주시는 예수님의 몸이지요.

영원히 산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하느님 안에서 죽지 않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혹여 물리적인 죽음이 닥칠지라도,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 안에서 영원히 살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에 대하여,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마태 22,32)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품 안에서 죽은 사람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이해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은 영원한 삶을 주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은 ‘부활’을 의미합니다.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모두 헛된 것임을 잊지 마십시오.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 의미있기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믿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이후, 사제는 영성체를 하며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저를 지켜주시어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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