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310 다해 사순 제1주일(표징을 바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2019-03-09 23:12:11
박윤흡 조회수 1122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논쟁하기 시작하였다.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시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마르 8,11-13)

 

  예수님께서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 때문에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십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들을 ‘버리고 떠나십니다.’

속담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지요.

‘돈 벌게 해 주면 성당 다니겠습니다!’, ‘사업이 성공하면 신앙생활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 자녀 좋은 대학가면 하느님 믿겠습니다!’ 라고 하다가,

이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하느님이 도대체 나에게 뭘 해줬는데 내가 성당에 나가야돼?’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결국엔 냉담의 길로 빠집니다. ‘이렇게 해 줘야만 믿겠다.’는 조건부적인 신앙의 모습이죠.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십니다.

저도 조금이나마 그 발자취를 따르고자 수리산을 다녀왔습니다. 산보를 하면서 세 가지 유혹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첫째,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보시오!”(루카 4,3)

 

  우스꽝스럽지만, 진짜 돌이 쌓여있는 곳에 앉아서 ‘빵이 되라! 빵이 되라!’하면서 말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돌이 빵이 됩니까? 지나가는 사람들만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처럼, 무엇이든지 창조된 자기 꼴이 있습니다. 빵은 빵으로, 돌은 돌로 창조되었어요.

그런데 악마의 속삭임은 ‘창조된 형태를 제 마음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었습니다. 마치도 이런 의도입니다.

‘하느님! 제가 원하는대로 이거하게 해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것 들어주시면 믿어 드리리이다.’

한 마디로, 악마는 우리 주변에 머물면서 창조를 거스른 채

‘표징에 대한 유혹’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표징에 대한 유혹!’

 

 

  둘째, ‘내 앞에 경배하면 이 세상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루카 4,5-8)

 

  수리산의 ‘슬기봉’에 올랐습니다. 훤히 트여서 안양과 군포, 산본이 다 보였습니다.

‘저 모든 것들이 내 것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을 산다면 이 유혹이 얼마나 크게 다가올까?’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니, 저 온 세상을 다 가진다고 하여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내 것을 빼앗기 위해서 누군가는 악한 짓을 할 것이고,

저 또한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득, 이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실상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잠시 나를 스쳐지나갈 뿐입니다.

능력과 재산, 명예와 힘, 학벌을 포함한 모든 것은 잠시나마 내게 뱃지가 될 뿐이지 영원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우리의 목숨 또한 잠시 이 세상에 왔다가 다시 하느님 나라로 향합니다.

악마는 이 두 번째 유혹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이 세상의 영광을 바라느냐, 아니면 하느님 나라에서 얻을 영원한 생명의 영광을 바라느냐?’

이 또한 ‘표징에 대한 유혹’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상 안에서 끊임없이 두 번째 유혹을 마주하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셋째,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루카 4,9)

 

  봉우리의 절벽에 서서 이 말씀을 되뇌었을 때, ‘정말 천사가 나를 받아 줄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곰곰이 묵상해 보니, 이 유혹은 ‘내 생명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제게 던지는 듯 하였습니다.

‘나는 과연 내 삶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내가 내 삶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나는 분명 기쁨과 행복,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허나, 내 삶이 불행하다고 여겨진다면 우리는 이미 세 번째 유혹에 걸려넘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창조하시고, 나를 선하신 길로 이끄신다는 믿음이 없는,

이 또한 ‘표징에 대한 유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일상 안에서 하느님께 끊임없이 표징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표징에 대한 유혹’의 핵심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나의 욕심’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죠.

흥미롭게도 하느님께서는 내가 바라는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다 해주시는 분이 결코 아닙니다.

사실 성령의 활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믿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절대 선으로 이끄신다.’는 믿음은 우리가 장전해야 할 가장 큰 사명이 아니겠습니까!

‘...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라며 봉헌하는 이 주님의 기도가 헛되지 않아야 하고,

1독서의 '선택받은 민족의 신앙고백', 2독서의 '그리스도 신자의 신앙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이번 사순시기를 맞이하며,

표징을 바라기보다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의탁하는 믿음으로 무장한 범계성당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의 믿음과 정성을 보신 하느님께서 영광된 부활의 날에 우리와 손 붙잡고 함께 나누실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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