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106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주님의 공적인 현재화(공현)은 '폭발적인 사랑의 표징'입니다!)
2019-01-05 01:16:53
박윤흡 조회수 960

  오늘 교회는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공적인 현재화, 그러니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셨다.’는 구체적인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혹시 ‘계시’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啓(열 계), 示(보일 시)자를 씁니다. ‘열어 보인다.’는 뜻이죠.

세상의 수많은 종교 중에 우리 그리스도교는 유일한 ‘계시 종교’입니다.

쉽게 말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방문을 열어주시고

‘와서 보아라.’하시면서 당신이 누구신지 알려주셨다는 것입니다. ‘계시’ 개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오늘 대축일을 맞아서 전임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세계적인 신학자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교황 베네딕도 16세, 민남현 옮김, 나자렛 예수 –유년기-, 분도출판사, 2013’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론을 준비하였습니다. 

특별히 2가지 질문을 던지며 끌어가고자 합니다.

질문에 앞서 성경 상식이 하나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께 봉헌하는 세 가지에 대한 의미에요.

‘황금’은 ‘임금’을 상징하고, ‘유향’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몰약’은 ‘수난의 신비’를 의미합니다.

 

  1. 마태오 복음 사가가 묘사하고 있는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누구인가?

 

  희랍어 성경에 보면 ‘박사들’이란 표현을 ‘magoi’(마고이)라고 합니다.

이 ‘마고이’는 네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사제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로 철학적 사고의 영향을 받은 종교의 대표자들’입니다.

쉽게 말하면, ‘진리를 추구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 ‘마술사와 같이 초자연적 지식과 능력을 소유한 사기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magoi가 양면성을 지닌다는 거에요.

사제계층에 속하는 종교의 대표자들이면서 동시에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악마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천사와 악마’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세 번째는 ‘천문학자’입니다.

당시에는 과학의 발달이 없었지만 ‘별을 따라 움직였다.’는 것으로 보아

‘천문학자’라고 동방박사들을 해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천문학자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동방박사들이 별 하나만을 보고 먼 길을 떠나온 것은 분명한 목적과 취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그래서 네 번째 해석은 ‘현자’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표현하십니다.

현자들에게 종교란 자신을 넘어서는 내면적 역동성,

다시 말해 진리를 찾고 참 하느님을 찾는 역동성, 철학적 개념의 본래 의미로 철학을 찾는 역동성을 상징한다.”

(나자렛 예수-유년기-, p.132)

  현자는 ‘깨달은 사람’을 의미하는데 진정한 궁극적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별을 따라 왔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따라갔던 아브라함의 수행원인 동시에

종교를 뛰어넘어 진리를 추구했던 소크라테스의 수행원들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이 박사들은 모든 시대를 뛰어넘는 선구자, 개척자,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동방의 현자들은 새로운 시작이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향해 길을 떠나는 인류를 대표한다.

하지만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을 발견한 사람들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인간 영혼의 내적 열망, 그리스도를 향한 종교들과 인간 이성의 움직임을 나타낸다.”(p.134)

 

  2. ‘별은 무엇인가?’

 

  이것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예수님이 별을 따라 가셨는가? 별이 예수님을 따라 움직였는가?’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별이 아기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이 아니라, 아기 예수가 별을 인도한다.”(p.140)

“별의 인도를 받은 박사들은 그리스도를 향해 오는 모든 백성의 움직임을 상징한다.

이는 우주가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은 우주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p.138)

 

  별이 예수님을 따라 움직였다는 사실은 우주를 지배하시는 하느님의 권능과 힘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마태 2,10)

 

  이제 오늘의 강론을 정리하겠습니다. 동방박사들이 하늘의 별을 쫓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어쩌면 굉장히 막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별 하나를 보고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설렘과 기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우리도 별을 따라가는 존재들입니다. 하루하루 막연하게 걱정과 불안, 고독과 번민을 안고 살아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쁨과 희망으로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우주를 움직이시는 예수님께서 오늘 공현을 통해, 당신을 우리에게 계시(드러내 보여주심)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사건은 오늘도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받아모실 성체 안에 예수님은 실제로 현존하셔서 성체를 통해 예수님은 우리에게 공적으로 현재화되십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의 몸’을 결코 아무 의미없이 습관적으로 받아 모셔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성체는 우주를 움직이시는 하느님께서 내 안에 녹아내리는 폭발적인 사랑의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1독서와 2독서의 말씀으로 갈무리하겠습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이사 60,1)

  “나는 계시를 통하여 그 신비를 알게 되었습니다.”(에페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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