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104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우리는 고백해야 합니다. '저는 메시아를 만났어요!')
2019-01-03 22:19:40
박윤흡 조회수 657

  우리 교우분들은 성당에 어떻게 나오게 되셨습니까?

 

  기문의 전통으로 내려온 천주교 신앙이라 유아세례를 받으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개신교, 불교를 비롯하여 이웃종교에서 개종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직장 동료나 가까운 이웃 혹은 친구의 권유, 이사를 왔는데 집 앞에 성당이 있어서 다녀볼까 생각하고 오신 분들,

천국에 가고 싶어서 또는 영적인 갈망이 생겨서 오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천주교, 가톨릭교회에 대한 궁금증으로 오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어렸을 적 미션스쿨을 다니면서 영향을 주셨던 신부님과 수녀님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오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또 결혼을 하려고 보니 상대측 집안에서 꼭 세례를 받아야만 한다고 하여 오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간혹 어떤 분들은 시간이 남아서 취미생활로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어떤 이유로든 우리 모두는 지금 하느님의 대전 앞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흥미로워요.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하고 물으시자,

그들이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하고 말하였다.

...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하시니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 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38-41)

 

  어떤 이유든, 어떤 방식으로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예수님 앞에 나아와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이 성당에서 경험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우린 지금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물어보시는 거에요. “무엇을 찾느냐?”(요한 1,38)

 

  우리는 성체 안에 현존으로 묵고 계신 예수님의 집에 와 있습니다.

“와서 보아라.”(요한 1,39)하신 말씀에 무의식중에 응답한 것입니다.

‘오늘은 10시 미사를 봉헌해야지.’하는 이 생각이 바로 ‘성령의 이끄심’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린 현재진행형으로 제자들이 예수님과 묵었던 바로 그 장면을 현재화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자들은 어떻게 고백합니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

  성당에, 예수님의 대전 앞에 나아온 우리 신앙고백의 궁극적인 외침은 바로 이 제자들의 외침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얼마 전,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소책자’ 중에 ‘예수와 제자’(백도기 지음, 분도 출판사, 1990)라는 책입니다.

제게는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로 다가와서 소개해드리고 강론을 갈무리하고자 합니다.

 

  “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다.

어린 시절에 동리 어른들은 나를 보시고 ‘오, 이게 누구더라? 오! 그렇지, 네가 바로 시몬의 동생인 안드레아로구나!”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렇듯 모든 사람들이 형 시몬을 통해서 아우인 나를 기억한다.

그러니까 나는 언제나 형의 그늘에 가려 있었던 것이다.

... 하지만 나는 형 시몬을 사랑했다. 매사에 앞장서기를 좋아해서 신중한 구석이 없지만

그 대신에 자신의 실수를 솔직담백하게 시인하고 곧 새롭게 시작한다.

어쩌면 스승이신 예수님이 나의 형 시몬 베드로를 으뜸 제자로 둔 것은 이러한 진실성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나는 그 날이 기억난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그 날.

소문으로만 들었던 예수가 우리 동네에 온다고 하여 형에게 말하였다

’형, 그분이 오신대! 가자!‘ 그런데 형은 망설였는데

아마도 그건 한창 고기가 잡히는 시기에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그가

그물과 배를 팽개쳐 두고 나설 수 없다는 뜻으로 나는 받아 들였다. 하지만 결국 형과 나는 함께 요르단 강가로 갔다.

  거기에는 세례자 요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요한은 ‘이 독사의 족속들아!’라며 꾸짖고는 메시아가 온다고 회개하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세례를 주었는데 드디어 말로만 듣던 예수가 등장했다.

예수가 세례를 받고 나서 물에서 나와 강 언덕에 올라설 때,

하늘 문이 열리더니 그의 어깨 위로 비둘기 같은 형상의 세상 빛보다 더 밝고 흰 빛이 덮쳐와 그의 몸을 감쌌다.

그의 몸은 현란한 빛에 싸여 너무도 눈부셔서 보이지도 않았다.

그 때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너무도 놀랍고 신비하여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예수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나는 그의 앞에 다가서서 무릎을 꿇었다. “주님!”

 

“안드레아!”

 

  그분은 내 이름을 알고 계셨다. 갈릴래아의 어부인 나의 이름을. 형의 그늘에 싸여 들어보지 못했던,

잊혀져 가던 내 이름을 그분은 알고 계셨다. ‘안드레아.’ 나는 그 순간 알았다.

이분이 나를 살게하시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드레아가 ‘나는 메시아를 만났소!’하고 외쳤던 것은 바로 ‘나를 기억하시는 예수님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 자리에 있든 예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십니다.

그분의 사랑이 담긴 눈길을 외면하지 않고

나의 모든 자유와 생각과 의지, 지식을 총동원하여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께 보답해 드릴 수 있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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