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1102 나해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Hodie mihi, cras tibi. Memento mori.)
2018-11-01 23:49:37
박윤흡 조회수 841

  제가 살던 신학교에서는 재학생의 가족이 돌아가시면 꼭 점심식사 후에 전교생이 대성당에 모여서 연도를 봉헌합니다.

연도는 죽은 영혼을 위하여 지상과 천상을 잇는 교회의 아름다운 기도로 시편 51편, 60편, 13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도의 마지막에 봉헌하는 기도문이 있죠.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이 기도문을 봉헌하며 의문이 들었던 점이 있습니다.

‘왜 영원한 안식과 영원한 빛을 하느님께 청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삶의 자리가 늘 치열한 투쟁과도 같아 안식이 없었고,

세상의 어둠과 죄의 유혹으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살이의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식과 빛 안에 머물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으로 다가왔습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유가족분들을 뵙고 고인을 위해 기도하면 마치 귀에 들리는 듯한 음성이 있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보이지 않는, 경험하지 못한 죽음의 문턱을 넘어 하느님 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서

우리를 향해 외치는 듯한 세상을 떠난 영혼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오늘은 내가 이 길을 걷고 있지만, 내일은 너가 그 길을 걸을 것이라는 목소리입니다.

그리곤 우리에게 당부하는 듯한 음성이 들립니다.

 

  Memo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을 기억하는 것만큼 이 세상에서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혹자는 말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많은 사람들은 나와 함께 했던 추억을 간직할 것이고,

나라는 존재를 세상 사람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죽음을 기억할 때 진정 사랑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격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승에 남아 있습니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관문이죠.

호스피스 생활을 할 때, 임종을 앞둔 많은 분들에게 여쭈어 봤습니다.

‘무엇이 가장 후회되시나요?’

그러자 대다수분들이 이렇게 대답을 하셨어요.

‘사랑하며 살지 못한게 가장 후회됩니다.’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이 세상에서의 삶이 행복했다.’고 고백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 내일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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