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513 나해 주님 승천 대축일
2018-05-12 16:13:33
박윤흡 조회수 993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하시고 부활하셔서 하늘나라로 올라가심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1독서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예수님께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이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9-10)

 

  1독서는 사도행전의 시작부분입니다.

사도행전은 예수님께서 떠나시고 이제 ‘성령을 받은 사도들의 행적을 다룬 책’이죠.

이 첫 부분에서 저자는 예수님의 승천을 말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이 있죠. ‘승천하신 저 예수님은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승천하셔서 저 세상으로 넘어가시지만 그게 끝이 아님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수님의 승천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이 물음에 당도하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게.. 예수님의 승천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저는 책장을 뒤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딱 눈에 들어왔어요.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천국편-’

 

  1곡을 읽었습니다. 천국에 대한 찬양과 형언할 수 없는 표현들을 언어로 잘 묘사해 두었습니다. 이런 대목이 있었어요.

  “이곳에서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질서를 따르니, 이는 하느님을 닮은 우주의 형상이지요.

... 이 모든 질서를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원동천을 깜싸고 있는 하늘을 그 빛으로 언제까지라도 고요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고백이 등장합니다.

“나는 그분의 가장 밝게 빛나는 하늘에 있었다.

... 오, 하늘을 다스리시는 사랑이시여!

그대의 빛이 나를 들어 올렸으니, 오른 것이 내 안의 맨 나중 창조인지는 그대가 아십니다!”

 

  한 가지 물음이 생깁니다.

‘하나의 질서를 갖고 계신분, 모든 질서를 관장하시는 하느님? 사랑으로 이 세상을 주재하신다는 그분은 누구신가?’

 

  묵상을 하던 중, 사도행전 2장이 떠올랐습니다.

‘성령강림’ /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사도 2,1-3)

 

  이 불꽃 모양의 혀는.. ‘성령’을 상징하지요.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성령을 부어주신’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제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계시의 영을 주시어 여러분이 그분을 알게 되고,

여러분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그분의 부르심으로 여러분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알게 되기를 빕니다!”(사도 1,17-18)

 

  아하!

 

  ‘승천하신 후, 다시 오시겠다고 하심은 성령을 보내심이 아니겠는가?

단테가 말한 ’하늘을 다스리시는 사랑‘은 바로 우리 삶을 역동적으로 이끌어가시는 성령 하느님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서야 드디어 복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귀를 쫓아내고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해를 입지 않을 것이며,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마르 16,15-18)

그리고 그 모든 시간과 공간에 성령께서 함께하실 것이다!

사랑을 담아 복음을 선포하여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함께 있겠다!”

 

  우리는 이제 다시 첫 물음으로 돌아옵니다. ‘예수님의 승천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셔서 성령을 우리에게 부어주셨고,

성령께서는 우리를 사랑의 삶으로 이끄시는 분이시라는 점.

단테의 신곡 천국편에 나오는 그 곳은 저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예수님의 승천을 믿고 성령을 따라 살 때에, 사랑의 복음을 우리 삶의 자리에서 구현해 낼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바로 하늘나라임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이야기는 시간을 넘어서는 영원의 이야기입니다. 시간과 영원의 이야기죠.

 

  우리 삶의 자리를 하늘나라로 만들어주시는 하느님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미사를 함께 봉헌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을 만나면 우리의 삶은 축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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