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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다름’을 수용하는 영성
2017-12-17 07:00:03
김정태 (raymond) 조회수 1220

‘다름’을 수용하는 영성

복잡한 우리의 삶 속에 평온한 나날이 많지 않겠지만, 금년은 유난히도 혼란스러운 사건들이 우리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으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럽고, 이 와중에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 등을 거론하며 정치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혼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지난 6월 24일 실시된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됨에 따라 야기된 혼란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고 있고, 얼마 전 실시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벗어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미국은 물론 세계가 우려와 혼돈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우리 개개인도 현실인식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의견의 차이로 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경험하면서, 신앙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혼란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묵상해 본다.

 

하느님께서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과일을 따먹지 말라고 경고하셨고 이를 어긴 아담과 하와를 벌하셨다.(창세 3장 참조). 예수님은 예수님의 시중들기에 분주한 마르타가 예수님의 말씀만 듣고 도우지 않는 마리아에게 불만을 말할 때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마리아의 태도를 옹호해 주셨다.(루카 10,38-42 참조). 또 밀밭에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어 그것을 뽑으려는 사람에게 예수님은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해칠 위험이 있으니 “수확 때까지 둘 다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라고 말씀하셨다.(마태 13,24-30 참조).

이러한 성경말씀을 통하여 우리는 옳고 그름의 판단은 자제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하느님의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 개개인의 삶은 모두 같을 수 없고, 따라서 삶에서 얻은 체험도 서로 다양할 것이기에, 생각과 판단이 서로 다른 것은 오히려 당연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서로 다름은 하느님의 축복일 수 있다. 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데는 5~10년이란 긴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물질과의 싸움에서 오는 고통과 아픔을 10년 동안 참고 견딜 때 비로소 조개는 진주 한 알을 탄생시키게 된다. 제주도에 가면 오랜 기간 험한 바람을 견딘 돌담을 보게 된다. 그 튼튼한 돌담은 크고 작은, 잘 생기고 못생긴 무수한 서로 다른 돌들로 쌓여져 있다. 잘생기고 큰 돌만으로 돌담을 쌓으면 조그만 바람에도 곧 무너진다고 한다. 600년 넘게 유럽 정치를 쥐고 흔들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오랫동안 지속된 근친결혼 정책으로 유전인자가 병들고 이로 인한 질환이 원인이 되어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기에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곧 하나의 축복이며, 그 ‘다름’을 잘 이해하고 참고 인내하는 고통 속에 하느님의 은총이 있고 주님께서 주신 평화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김정태 레이몬드/수원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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