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수원교구 범계성당

연옥[煉獄, purgatory]

 

11월은 위령성월로 교회는 돌아가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기로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11월 1일은 구원을 받은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로, 또 11월 2일은 아직 하늘로 오르지 못하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성인들의 통공을 믿으며』하고 하는 신경의 고백에 의하면, 교회는 완전히 구원을 얻은 이들의 교회(천국)와 구원을 향한 순례의 도정에 있는 교회(지상)와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죽었지만 아직 정화를 이루지 못하는 교회(연옥)가 있으며, 이 세 차원의 교회는 서로 통교한다는 것입니다.

 

연옥이란 죽은 영혼이 천국에 가기 전, 생전에 지은 가벼운 죄(小罪, Venial Sin)들을 씻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는 중간 단계의 처소이며, 천국으로 가기에는 자격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지옥에 갈 정도로 큰 죄를 짓지 않은 영혼을 위해 마련된 곳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30-1032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49항). 이곳에 머무는 영혼들은 세상에 사는 동안 회개하지 못한 가벼운 죄들을 씻고 정화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이곳은 심판이 아니라 정화의 공간으로 이해되며, 여기 머무는 영혼은 지옥으로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연옥 교리는 성서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예루살렘의 시릴, 크리소스톰, 암브로시우스, 그레고리 1세 등 많은 학자들이 지지하여 왔습니다. 예를 들면, 크리소스톰(St. John Chrysostom)은 "죽은 이들을 위한 우리의 헌금이 그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것을 왜 의심하는가? 주저하지 말고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자"라고 하였으며,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도 "지옥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괴롭히는 불과 연옥에서 의인들을 괴롭히는 불은 동일한 불이다. 연옥에서의 가장 작은 고통도 금생에서 당하는 가장 큰 고통을 능가한다."라고 하며 연옥의 실체를 인정하였습니다. 또 이러한 연옥에 대한 개념은 12-13세기에 형성되어 단테의 「신곡」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문학, 학문 등에 다양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15세기 중엽에 있었던 피렌체공의회는 처음으로 연옥 교리를 정의하였는데, 그 내용은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죽은 이들에 대한 정화의 장소인 연옥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교회가 정한 방식에 따라 바치는 영적인 희생, 즉 미사와 기도와 자선 혹은 신심행위에 의해서 죄의 사함을 얻을 수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16세기 중반에 있었던 트리엔트공의회도 반드시 죽은 이들은 죄의 사함을 받아야 하늘에 올라갈 수 있다고 정의하였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교회헌장 8장에서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연옥에 대한 성경적 근거는 다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 마카베오 하권(12:41~45)》의 ‘죽은 자들의 구원을 위한 기도’에서 금지된 우상의 패를 소지한 죄로 죽은 전사자들을 위하여 유다백성들이 속죄의 재물을 바쳐 기도하였습니다.

(2) 마태오 복음(12,32)에 의하면 모든 죄는 용서를 받을 수가 있으나 성령을 모독한 죄는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용서를 받을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의 뜻은 죄 중에는 용서를 받을 수가 있는 죄와 용서를 받을 수 없 는 죄가 있으며 만일 어느 사람이 용서받을 수 있는 죄를 지은 후 죽었다 면, 이 작은 죄는 정화될 경우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는 그 정화하는 장소를 연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3) 이 외에도 루카복음(16:19~26), 고린도전서(3:10~15), 《마태오복음(12:31~ 32) 등에 담긴 ‘죄의 용서 받음’, ‘망자의 대기’, ‘불의 정화’의 비유적 해 석도 연옥의 존재에 대한 성경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는 연옥이 성경에 근거하지 않고, 구원에 개인의 공덕이 개입된다는 이유로 연옥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틴 루터는 그의 〈95개 논제〉(95 Theses)에서 대사령을 비판하면서 연옥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