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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2018 평신도 주일 미사 강론 자료
2018-12-30 03:50:03
김정태 (raymond) 조회수 1394

<2018년 평신도 주일 강론 자료>

희년의 정신으로 새롭게 출발합시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은 연중 제32주일이며, 제51차 평신도주일입니다.

평신도주일은 우리 평신도들이 평신도에게 부여된 사도직 사명을 되새기며, 그에 합당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뜻 깊은 날입니다.

 

평신도는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가리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크게 강조하면서, 평신도를 통하여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로서 우리는 지난해 평신도주일에 시작한 ‘평신도 희년’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모두는 평신도 희년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여러 가지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함께 들은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이러한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제1독서의 말씀은 우리에게 믿음과 믿음에 따른 실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사렙타 마을 과부의 단지에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고, 병에 기름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그 과부가 엘리야 예언자를 통해 전해진 주님의 말씀을 믿고 그대로 따랐기 때문입니다.

 

제2독서의 말씀에서는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고귀한 사랑을 통해, 그 동안 지은 죄와는 상관없이 우리도 구원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예수님께서는 궁핍한 가운데 하루 살 생활비를 모두 봉헌하는 가난한 과부의 믿음을 칭찬하십니다.

그리고 화려한 복장으로 높은 자리에 앉기를 바라며, 어려운 사람들의 가산을 등쳐먹으면서 남에게 인사 받기를 즐기고, 남에게 잘 보이려고 길게 기도하는 율법학자들의 위선을 경고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질책하신 율법학자들의 모습이 결코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고, 지금의 교회의 모습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부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하느님을 오롯이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교만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내세우지도 않으며,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겸손한 사람만이 하느님 나라를 봅니다.

우리 모두 십자가에서 모든 것을 비우신 예수님을 본받아 겸손한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는 축복받는 삶을 살도록 이 미사 중에 기도하며 결심합시다.

 

평신도 희년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7월 각 교구 평협과 단체의 대표들이 50년 전 한국 평협이 출범한 대전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하였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대표들은 평신도들의 마음을 담아 ‘50주년 선언문’을 결의하고, 그 결의를 통해 앞으로 더욱 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면서 복음화의 길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결의문 내용은 이렇습니다.

 

첫째, 미사에서 힘을 얻어 사도직 활동의 양식으로 삼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 미사에 열심히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성경을 나침반으로 삼아 말씀을 실천하는 데에 힘쓰겠다는 다짐입니다.

셋째, 우리는 더 좋은 사회가 되도록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넷째, 우리는 생명을 존중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는 다짐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분단과 분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결의입니다.

 

우리가 평신도 희년을 마치면서 다함께 이러한 선언을 한 것은 오늘부터 희년의 정신으로 평신도 사도직을 더욱 새롭게 실천해 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어느 때 보다 큰 시련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한국교회는 쇠퇴해 가는 서구교회나 소수 종교로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웃 아시아 주변국과는 달리, 활발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체 가톨릭교회의 귀감이며 희망이었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에 과감히 맞서고 노동자들을 비롯한 약자의 편에 서서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한 긍정적인 활동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역동성은 사라지고, 신 영세자의 감소, 쉬는 교우의 증가, 청소년들의 교회 외면, 성소 지원자의 감소 등 부정적인 현상들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에서는 ‘내 탓이요!’라는 기치를 내걸고 자성의 노력을 해 왔고, 대희년을 맞아 주교회의에서도 그 동안의 교회의 과오에 대하여 참회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였으나, 아직도 구체적인 실천은 미흡하다고 하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평신도에 대한 공의회 정신은 한국교회에서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야구경기에 있어서도 팀이 어려울 때는 구원투수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지금이 바로 평신도들이 나서서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할 때입니다. 교회 일에 문제만 제기하고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내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문제를 지적하고 불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교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필요합니다.

 

또 봉사 기회가 주어졌을 때 피하거나 사양할 것이 아니라, ‘주님.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써 주십시오!’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과 사정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나눌 것이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진 것 모두를 봉헌한 가난한 과부의 희생과 사랑을 실천할 때 주님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영원히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이 계시고, 우리는 그분의 사랑받는 자녀들입니다. 그분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시고, 격려해 주십니다.

 

교회력으로 곧 새해를 맞게 됩니다. 새로운 한 해에 교회는 평신도이신 교우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여러분이 하시는 모든 일에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늘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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