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419 다해 주님 수난 성 금요일(성 금요일 전례 안내, 십자가 안에 담긴 역설적 사랑의 행복!)
2019-04-19 17:06:02
박윤흡 조회수 900

  오늘 교회는 전통에 따라 성삼일의 둘째 날, 주님 수난 성 금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을 통해 내어주는 완전한 사랑의 표징, ‘성체성사’를 제정하셨고

이어지는 오늘 주님께서는 수고수난이 점철된 통고의 길을 걸으십니다. 수난의 성 금요일입니다.

 

  오늘은 1년 중 유일하게 미사가 봉헌될 수 없는 날입니다.

우리가 성 금요일에 하느님의 제단에 모이는 것은 ‘수난 예식’ 전례를 봉헌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예식에서 사제는 홍색(붉은색) 제의를 입고 입당합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며, 피의 순교를 상징하는 홍색입니다.

 

  입당하자마자 사제는 하느님의 제대 앞에 엎드립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내어놓고 하느님께 의탁했던 그 모습처럼,

사제 또한 그 사랑을 기억하며 낮은 자세로 땅에 엎드리는 예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느님의 초월적이며 극진한 사랑을 기억하는 행위입니다. 이어 본기도를 봉헌하고서 1, 2독서를 듣습니다.

 

  오늘의 1독서는 이사야서입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가 듣는 52-53장은 ‘이스라엘의 임금’, ‘이스라엘의 하느님’이라는 주제를 갖습니다.

  “보라, 나의 종은 성공을 거두리라. 그는 높이 올라 숭고해지고 더없이 존귀해지리라.”(이사 52,13)

우리 모두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그분을 믿게 됨으로써 물리적으로 이스라엘 사람은 아닐지라도, 상징적으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이라는 것입니다.

독서를 잘 묵상해 보면 이스라엘의 임금이시며, 하느님이신 분은 결코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되려, 수치와 모욕을 받고 배척과 멸시를 당하는 고통의 존재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이사 53,7)과 같은 그 모습이야말로 참된 임금, 참 하느님의 모습이라고 역설합니다.

우리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비우시고

백성들을 위한 착한 목자로서 자리매김하고 계심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곧, 오늘 1독서 이사야서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목숨을 내어 놓으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하느님의 겸손된 사랑을 만천하에 드러냅니다.

그분은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의 2독서는 히브리서의 말씀이지요.

1독서와 같은 맥락 안에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자기비움적 사랑을 선포하는 2독서 말씀입니다.

우리와 같이 유혹을 받으셨지만 악마와 마귀의 간계에 자신을 던지지 않으시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아가시면서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우신’(히브 5,8 참조) 예수님의 모범을 2독서는 선포합니다.

곧, 2독서 말씀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대한 삶의 모범을 통해

결국 “영원한 구원의 근원”(히브 5,9)이 되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우리에게 소개해 줍니다.

 

  이렇게 1독서와 2독서의 말씀은 오늘 복음의 핵심적 인물이자,

십자가의 수고수난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모든 초점을 둡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난 복음을 듣고 묵상하며 예수님의 십자가 길의 여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14처로 구성된 십자가 길의 여정은 오늘 복음에 잘 나타나 있으니 꼭 묵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수난 복음 선포가 끝나고 나면,

사제는 보편지향기도를 이끌어 가며 온 세상에 십자가 사랑이 퍼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동체와 함께 기도합니다.

특별한 점은 모든 보편지향기도에서 무릎을 꿇거나 고개를 숙이는 행동을 하는 점입니다.

 

  이후, 우리는 ‘십자가 경배 예식’에 동참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모든 이를 사랑의 십자가 안으로 귀결시키신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십자가 경배는 이어집니다.

통고의 십자가가 결코 절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 사랑의 행복’임을 선포하는 예식입니다.

이 예식을 통하여 십자가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동시에 우리 또한 일상 안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지만 그 십자가를 기쁨으로 질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고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역설적이게도 십자가가 진정한 사랑의 행복임을 묵상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십자가는 무엇보다도, ‘구원의 표지’라는 사실 또한 묵상합니다.

 

  이어 십자가 경배를 마칠 때 즈음엔,

밤새도록 우리 공동체가 머물며 기도했던 수난 감실로 가서 그리스도의 몸을 모셔옵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통해 사랑을 보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내 안에 모시게 됩니다.

이렇게 되새김질을 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 2,20)

 

 

  성 금요일의 수난 예식 전례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본질적이며 핵심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십자가 사랑을 기억하기

2. 십자가는 고통에서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닌 역설적 사랑의 행복이다.

3. 우리 또한 십자가를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짊어지고 가야한다!

 

  오늘 주님 수난 성 금요일 전레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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