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90323 다해 사순 제2주간 토요일(되찾은 아들의 비유, 삐진 첫째 아들!)
2019-03-20 22:45:36
박윤흡 조회수 846

  오늘 복음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두 아들의 비유’, ‘돌아온 탕자’, ‘되찾은 아들의 비유’입니다.

이야기의 요는 다들 잘 아시리라 생각하여 생략하고 저는 돌아온 탕자인 둘째 아들이 아니라,

‘첫째 아들’에 관하여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아버지와 둘째 아들이 감격스런 재회를 하고서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첫째 아들은 등장합니다.

장면을 단락 구분하여 살펴보겠습니다.

 

  1. 삐진 첫째 아들

  “큰아들은 들에 나가 있었다. 그가 집에 가까이 이르러 노래하며 춤추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하인 하나를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묻자, 하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아우님이 오셨습니다. 아우님이 몸성히 돌아오셨다고 하여 아버님이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큰 아들은 화가 나서 들어가려고도 하지 않았다.”(루카 15,25-28)

 

  소위 ‘삐졌다.’고 하죠. 왜 삐졌을까요? 뭔가 아쉬움과 서운함이 있기 때문에 삐집니다.

마음이 토라졌다고도 표현하는데 우리는 일상 안에서도 이런 일을 자주 겪습니다.

내가 삐지게 되기도 하고, 삐진 사람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삐진 사람을 대하는 것은 여간 쉽지 많은 않아요.

 

  2. 삐진 첫째 아들의 푸념

  “그래서 아버지가 나와 그를 타이르자, 그가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시는군요.’”(루카 15,28-30)

 

  삐진 첫째 아들이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아쉬운 점들, 속상했던 점들, 평소 말못했던 서운함들 까지도 모두 털어버립니다.

여기에선 자기 합리화가 주를 이룹니다. ‘제가 아버지의 명을 어기지 않고 섬기던 아들이에요!’

헌데 정말 그랬다면 염소 한 마리를 바라지도 않았겠지요.

  이런 합리화와 더불어 시기와 질투가 담긴 ‘비꼬는 말투’가 등장합니다.

‘저 못되먹은 동생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주네요?’

나한테는 한 번도 해주지 않던 베풂을 동생에게 해주는 것이 마땅치도 않고 옳지도 않은 것이죠.

왜냐하면 난 좋은 아들이고 동생은 나쁜 놈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형은 동생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첫째 아들이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버지의 타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이지요.

 

  3.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자비

  “그러자 아버지가 그에게 일렀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루카 15,31-32)

 

  생각해 보면, 첫째 아들이 삐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미 아버지와 함께 머물고 있었고, 친구들과 먹으라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주진 않았지만

분명 살진 송아지를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의 용돈도 주고 그보다 더 큰 무언가도 이미 받았을 것입니다.

헌데 과거에 받았던 선물은 다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마음대로 안된다’며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는 것이지요.

 

  우리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께 받은 것이 많아요.

내 소중한 가족들에게도, 내 이웃들에게도, 내 친지들과 친구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미 주어진 것들이 많고

모든 것이 감사할 일들입니다.

하지만 때론 감사함을 모조리 망각한 채 불평과 불만에 빠져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함만 갖고 살아도 성인이 될 수 있다.’며 어떤 교부는 말씀하십니다.

둘째 아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첫째 아들은 늘 감사했던 것이기에 되려 감사함에 희미해진 것이지요.

항상 감사할 수 있는 우리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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