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108 다해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2019-01-09 00:07:09
박윤흡

  오늘 송영규 바오로 신부님의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은퇴하시어 원로 사목자로 지내시다가 선종하신 바오로 신부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교우분들께서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자매님 한 분이 성당에 오셨습니다.

면담 신청을 미리 하지 않으셨는데 대뜸 면담을 하자고 하셨고 이미 일정이 있었던 터라 바로 뵐 수가 없었습니다.

만남의 방에서 교우분들과 예정되어 있던 약속을 이행하고 있었는데

그 자매님이 씩씩거리시더니 성당 밖으로 나가시는거에요.

  그래서 쫓아가 말씀드렸습니다. “자매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곧 들어가겠습니다.”

 

  “신부님! 사람들 이렇게 불러다 놓고 ‘나몰라’라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저도 바쁜 사람이에요.

제가 30년 신앙생활을 했는데 이제 냉담좀 풀어보겠다고 성당에 나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냉대해도 되는겁니까?

안 그래도 요즘 개신교회에서 자꾸만 나오라고 나오라고 사정해서 그곳에 갈까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성당 다닙니다.’하면서 뿌리쳤어요.

그렇게 한 명이라도 더 끌어당기려고 잘해주는 교회가 있는데 제가 왜 성당에 나오겠어요? 전 이제 교회 다닐거에요.”

 

  이 말씀을 듣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순간 오늘 복음의 이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마르 6,34)

 

  자매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자매님, 주임 신부님과 저, 수녀님 두 분이 우리 본당 5,000명 가까이 되는 교우분들을 상대합니다.

미리 말씀없이 오셔서 대뜸 면담 해달라 하시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정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한 분 한 분 인격적으로 시간을 분배해서 다가가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그러자 자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네요. 그래도 저는 속상해요, 신부님.

성당에 오니 아무도 저를 반겨주지 않고 상대해 주지도 않아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 만남의 방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이

너무 서운했어요. 제가 죄송합니다, 신부님.”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성당에는 수많은 분들이 오고 가십니다.

우리의 관심어린 말 한 마디, 따뜻한 눈빛 한 번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또 하느님께로 향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적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웃을 향해 뻗치는 손길 한 번이 기적을 만든다는 것을 묵상하는 오늘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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