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1018 나해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교회는 본성상 복음을 전하며 선교하는 교회다.)
2018-10-18 17:56:09
박윤흡 조회수 651

  오늘 교회는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을 지냅니다.

루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루카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저술한 인물입니다.

루카는 가장 먼저 쓰여진 마르코 복음서를 보고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복음서를 편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행적이 담긴 복음서 뿐 아니라

성령의 인장을 받아 열렬히 활동했던 사도들의 움직임을 담은 ‘사도행전’을 저술한 것으로 보았을 때,

루카는 ‘복음 선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던 인물이라고 우리는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루카를 기념하는 이 날에, 교회가 정한 ‘일흔 두 제자를 파견하시다.’라는 오늘 복음 텍스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1. ‘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시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예수님 당신만을 품고 가도 충분하다는 것이겠지요.

 

2. ‘왜 굳이 혼자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둘씩 짝지어 보내실까?’

오늘 기념 성무일도 제2독서에는 대 그레고리오 교황님의 ‘복음서에 대한 강론’이란 글이 있었습니다.

  “주님이 둘씩 짝지워 제자들을 복음 전파하러 파견하시는 것은

말 없이 행위로써 우리에게 다음의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즉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복음 전파의 직분을 결코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씩 짝지어 보내시는 이유는,

우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까이 있는 사람과 기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셋이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있죠.

제 아무리 봉사를 열심히 하고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 한들

나와 가까운 사람과 단절되어 있다면 울리는 징이나 꽹과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3. ‘당신께서 먼저 앞장서지 않으시고 당신에 앞서 파견을 보내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소개드린 교황님 강론 말씀 아래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복음 전파가 앞장서 나아가고 주님은 당신의 복음 전파자들을 뒤따르십니다.

그분께서는 뒤에서 방관하시거나 지켜보시는 분이 아니라 복음 전파자에게 힘을 실어주십니다.

즉 복음 전파의 말씀들이 앞장서 나아가고

그것을 통해서 영혼이 진리를 받아들인 후에만 주님은 우리 영혼에 오시어 거처를 찾으시는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이죠.

우리가 누군가에게 복음을 전할 때, 그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주님께서는 그 사람의 영혼에 기거하신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의 선교에 대한 열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세 가지 물음과 답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자신의 본질이 ‘복음 선포와 선교’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어가며 복음 선포에 투신을 다했고,

힘든 역경의 순간이 있을지라도 내 뒤에 든든한 하느님 백이 있다는 사실에 믿음을 가졌습니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예수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는 확신 아래에서 하느님을 전하는 사명에 자기 자신을 투신할 수 있었던 것이죠.

 

  성 루카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줍니다.

‘교회는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다.’라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 본당이 20주년을 맞이하여 사진전과 음악회, 명랑운동회도 했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우리끼리하는 신앙생활은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만을 위한 그리스도는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모두를 향해 당신을 열어보이십니다!

관할구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백성임을 기억하며

우리 자신이 ‘움직이는 하느님의 교회’라는 정체성을 되새기는 거룩한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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