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810 나해 성 라우렌시오 부제 기념일
2018-08-09 21:38:39
박윤흡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2코린 9.7)

 

  이 말씀을 곰곰이 묵상하다보니 문득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사도 20,35)는 존경하는 주임 신부님의 서품 성구가 떠오릅니다.

 

  신학생 시절, 주일 외출을 못할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나가서 형제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던 그 친구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했었고, 그래서 아침 식사를 하고나면 항상 산에 올라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형제들이 나가기 때문에 다 나간 다음 텅 빈 기숙사에 홀로 있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주변 형제들은 왜 그 친구가 외출을 가지 못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공동체는 그 친구를 위해 자기 용돈의 일부를 봉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곤 그 친구가 친하게 지내고 의지했던 다른 친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공동체의 마음을 담아서 전달해 달라고 말입니다.

혹시나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준다거나, 몰래 서랍장에 넣어둔다거나

그 밖에 다른 전달방식들은 그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심이 있었습니다.

모쪼록 전달은 잘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함께 외출도 하고 좋은 추억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는 외부적인 요인은 사실 그 형제를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고립되게 만들었고

자존감을 낮추었으며 상처를 곪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 공동체원들 모두 이제는 함께 서품을 받고 동료사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동기 모임 중에 그 형제가 말했습니다.

 

“저는 그 때 여러분이 곁에 없었다면 신학교를 나갔을지도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2코린 9,7)

  기쁘게 주는 것은 주고나면 매우 기쁘고 행복한 것이지만, 주기까지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어요.

주려고 할 때 이해관계를 생각하게 되고, ‘나한테도 무언가 해주겠지?’라는 생각도 스치듯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은 우리를 새롭게 합니다. ‘기쁘게 주는 이를 하느님께서는 사랑하신다.’고 말입니다.

 

  복음의 예수님은 내어줌의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온전히 주셨기에 아버지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것을 당신 안에 채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닮은 삶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사도 20,35)는 진리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 자신을 비워내지 못하면 결코 주님께서 주시는 행복으로 자신을 채울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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