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711 나해 성 베네딕도 아빠스 기념일
2018-07-10 23:51:00
박윤흡

  오늘 교회는 베네딕도(분도) 아빠스를 기억합니다. 

‘수도 규칙’을 저술한 베네딕도 성인은 ‘서방 수도 생활의 사부’라는 이름을 갖게 될 정도로 

교회에 큰 공헌을 끼친 성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무일도 독서기도에 나온 '수도 규칙'의 내용을 잠깐이나마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신앙과 선행의 실천으로 허리를 묶고 복음의 인도함을 따라 주님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우리를 당신 나라로 부르시는 주님을 뵈옵도록 합시다. 

만일 우리가 그분 나라의 장막 안에서 살고자 한다면, 

선행으로 달리지 않고는 결코 그 곳에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 우리 삶엔 두 가지 열정이 놓여 있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분리시켜 지옥으로 이끄는 쓰고 나쁜 열정이 있듯이, 

악습에서 분리시켜 하느님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끄는 좋은 열정도 있습니다.

... 곧,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고,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서로 앞다투어 복종하고, 

아무도 자기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기 보다는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를 것이며, 

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내고, 하느님을 사랑하여 두려워할 것이며, 그리스도보다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다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당시 베네딕도 성인께서 선포하신 수도 규칙은 유럽 전역의 수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조세프 라칭거 추기경께서는 교황직에 선출되시고 나서, ‘베네딕도 16세’라는 교황명을 정하셨어요. 

이는 무너져가는 유럽 교회에 하느님 매력의 물결이 일기를 바라는 간절한 애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당시 유럽 교회의 번영을 가져온 수도 규칙서를 저술하심으로써 ‘유럽의 수호성인’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수도 규칙은 편협한 시각 안에서 ‘수도자들에게만 주어진 규칙’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선포된 그리스도인들의 ‘하느님 백성’이라는 슬로건은 

교회의 모든 가르침과 전통이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져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1독서와 복음은 모두 ‘이스라엘’이라는 특정 민족을 언급합니다. 

회는 이 ‘이스라엘’을 '만민 하느님 백성'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1독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이스라엘은 가지가 무성한 포도나무, 열매를 잘 맺는다. 

그러나 열매가 많을수록 제단들도 많이 만들고, 땅이 좋아질수록 기념 기둥들도 좋게 만들었다. 

그들의 마음이 거짓으로 가득하니, 이제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분께서 그 제단들을 부수시고, 그 기념 기둥들을 허물어 버리시리라.”(호세 10,1-2)

 

  이스라엘을 회개시키려는 하느님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로운 정의는 무조건적인 무력으로 정화시키려는 모습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집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마태 10,6-7)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시선 안에서 호세아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백성은 

어쩌면 길을 잃어버린 하느님의 양들처럼 느껴집니다. 

길을 잃었기에 ‘하늘나라의 다가옴’을 선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죠. 

바로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베네딕도 성인의 수도 규칙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하느님께서 성인을 통해 우리를 당신께로 얼마나 간절히 이끌고 싶어하시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 묵상해 봅니다.

 

  베네딕도 성인을 필두로 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시는 수도자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성인께서 보여주신 삶과 그 가르침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청해주시고, 

길 잃은 양들에게 가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원의를 닮아 

보다 더 낮은 자세로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겸손을 청해 주십시오.

 

  하지만 수도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사제들을 포함하여  평신도까지, 

곧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갈 때에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안에서 꽃피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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