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20180112 나해 연중 제1주간 금요일
2018-01-11 23:01:05
박윤흡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당신을 못박은 이들을 보고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묵상할 때면,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하느님 사랑의 전능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이들을 위하여 용서와 더불어 그들을 위한 기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차원의 용서가 아니겠습니까?

 

  오늘 복음엔 '중풍병자'가 등장합니다.

주변인의 도움을 받아 들것으로 예수님 앞에 나아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분명 이 사람은 전혀 걸을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해왔을까요?

 

 

  병을 가진 후, 초반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고서는 이 '병'에 대해 고뇌하고,

또 지속적인 고통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 안에 그릇된 것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사람들에게 부당했던 자신의 부끄러움까지도 떠오르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이대론 안되겠다!' 라며 결단을 내리고 나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며 이웃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병고는 이 사람에게 무겁고 심각한 것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를 사려 깊고 진지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그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이 메시아라고 칭송하던, 모든 병을 낫게 해주신다는 그 분을 만난 것입니다!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마르 2,5)

 

'죄'의 어원은 '과녁에서 빗나가다' 입니다.

쉽게 말해서, '죄'라는 것은 '무질서함'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중풍병자의 지난 시간들은 '자기중심적 교만'에서 비롯된 무질서였죠.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마르 2,5)

이 말씀을 듣는 순간, 과녁에서 빗나갔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중풍병자의 뇌리 속에 스쳐갑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마르 2,11)

 

 

  바로 여기에서 중풍병자는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는 평화를 느끼는 가운데 '용서를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용서 받고, 병도 치유되었으며, 모든 것이 통합적으로 또 유기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제 그의 내면의 모든 것이 질서를 찾게 됩니다.

 

  그는 일어나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가죠.

그리고 외칩니다. "이곳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이분이 바로 구원자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전능하신 자비와 사랑으로 세상의 질서를 바로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눈앞에 이 십자가상 예수님의 신비는 한없이 용서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표지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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