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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시> 무명의 순교자 앞에 (이해인 수녀님) -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2019-09-07 15:50:16
박윤흡 (missa00) 조회수 853

무명의 순교자 앞에 - 이해인 수녀

 

 

오래전에 흙속에 묻힌

당신의 눈물은

이제 내게 와서

살이 있는 꽃이 됩니다.

 

당신이 바라보면 강산과 하늘을

나도 바라보며 서 있는 땅

당신이 믿고 바라고 사랑하던 임을

나도 믿고 바라고 사랑하며

민들레가 되고 싶은 이 땅에서

나도 당신처럼 남몰래 죽어가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박해의 칼 아래 피 흘리며 부서진

당신들의 큰 사랑과 고통이

내 안에 서서히 가시로 박혀

나의 삶은 아플 때가 많습니다.

당신을 닮지 못한 부끄러움에

끝없는 몸살을 앓습니다.

 

당신을 통해 주님을 더욱 알았고

영원의 한 끝을 만졌으나

아직도 자주 흔들리는 나를

조용히 붙들어 주십시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거룩한 순교자여!

오래전에 흙속에 묻힌 당신의 침묵은

이제 내게 와서

살아 있는 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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