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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1 13:12:06
손초롱에스델 (hiki1004) 조회수 788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조정숙 아녜스의 딸 손초롱 에스델입니다.
내일이면 추석연휴가 시작됩니다. 모두 행복한 연휴가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1년간 저에게 하느님을 경험하게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작년 추석을 앞둔 며칠 전부터 ‘소화가 잘 안되고, 몸이 간지럽고, 몸이 노란 것 같다’는 엄마에게 재밌게 놀고 오면 괜찮아질 것이라면서 속초여행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떠나기로 한 추석 연휴 첫째 날에 ‘비상약이나 탈까’ 싶어서 엄마 혼자 내원한 응급실에서 당일입원을 하게 되었고 그날부터 이해할 수 없는 검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기껏해야 간염증세 같은데… 왜 이렇게 검사를 많이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동안 일이 너무 많았으니 영양제나 맞으면서 좀 쉬라면서 계속해서 엄마를 혼자 두었습니다.
그러던 사이에 엄마는 “췌장암이다, 1년 남았다.”는 너무나도 무서운 이야기들을 듣고 그 무서운 시간을 혼자 견뎌야했던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긴 시간동안 냉담했던 저는 정말 오랜만에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하느님, 엄마한테 시간을 주세요. 제가 매 주 엄마를 성당으로 모시고 갈게요. 제발 엄마를 살려주세요.”

그리고는 한 달의 시간동안 각종 검사와 시술들, 그리고 대망의 첫 항암치료를 받고 퇴원했습니다. 그리고 첫 주일, 근처의 하우현 성당에 미사시간에 맞춰 엄마를 모셔다놓고 주차장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미사가 끝나고 엄마가 ‘말씀사탕’을 받았다며 가지고 나온 종이에는 기도의 응답이 적혀있었습니다.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판관 6,23-”


바로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성당 입구가 왜 이렇게 큰 벽이었고, 제 마음은 왜 이렇게 큰 짐이었을까요?
마음이 편안해지자 별거 아니게 넘긴 에피소드가 생각났습니다.

유럽여행을 가느라 엄마 소식을 몰랐던 친구가 프랑스의 한 성당에서 성물을 보고 이상하게 저와 저희 엄마가 생각났다며 성물을 사왔다면서, 막상 주려니 저랑 너무 안 어울린다면서 민망해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떻게 성물을 보고 굉장히 오랜 시간을 냉담하던 저와 몇 번 본적도 없는 저희 엄마가 생각났을까요?
하느님이 지켜봐주시고 계시구나. 든든한 백이 생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년간 총 13차의 항암치료와 개복수술을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는 매 번 부작용이 달라서 어떤 때에는 머리가 다 빠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구내염으로 아무것도 못 먹기도 하고, 또 수술 후에는 위가 운동을 멈춰 계속 구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에는 입원실이 없어 입원을 못해서, 또 어떤 때에는 백혈구 수치가 낮아서 항암치료가 미뤄지기도 했습니다.
아녜스 영명 축일에 수술을 한다고 날짜가 좋아서 기뻐하기도 했다가, 수치가 안 좋아서 수술이 연기가 되기도 했고, 수술 전날까지 입원실이 안나와 전처리를 집에서 하고 수술 당일에 병원을 가기도 했습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기억도 가물가물한 사건들을, 그 때에는 왜 그렇게 일희일비했을까요?
수술이 연기된 덕분에 아녜스 영명축일에 양형 영성체로 미사 봉헌도 했고, 수술 전 날 봉헌한 미사에서 말씀카드를 새로 뽑을수도 있었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하신대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믿습니다.

한 번쯤은 무거운 십자가를 경험해야봐야 몸과 영혼을 다시 되돌아보는 정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말 매 순간순간이 하느님과의 끊임없는 대화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주간 고민하고 질문하면 신기하게도 말씀으로 응답을 주신다는 것을 경험한 1년 이었습니다.


어제는 항암치료까지 모두 종료된 후 첫 CT를 찍은 외래였습니다.
‘운동 열심히 하라며, 4개월 뒤에 보자’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습니다.
이제 저희 엄마는 암환자가 아니라 암경험자로 지금과는 새로운 삶을 계속 살아가시겠죠.
일단 저희는 작년에 가지 못했던 그 속초를 작년의 계획 그대로 추석 연휴 첫 날 떠납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가 없었다면, 저희가 지치지 않고 견뎌낼 수 있었을까요?
저희 엄마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다 한 분 한 분 성모님이셨고 예수님이셨습니다.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평화를 빌며,
저희 엄마가 수술 전 날 뽑은 말씀사탕의 말씀을 함께 나눕니다.

“그분께서는 네 발이 비틀거리지 않게 하시고
너를 지키시는 그분께서는 졸지도 않으신다. -시편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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