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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루카 13,33)
2018-03-04 15:59:44
박윤흡 (missa00) 조회수 955

요즈음 "라틴어 수업"Linguae Latinae(한동일 지음, 흐름출판사, 2017)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오늘날, '사어'(死語)dead language로 분류되는 라틴어지만, 교회의 역사는 라틴어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할 정도로

2,000년 역사의 교회가 걸어온 길을 동행한 언어입니다.

실제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있기 전에는 전세계 모든 곳에서 '라틴어 로만' 미사를 봉헌했었어요.

 

그런데 근래에 이르러 다시금 '라틴어'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듯 합니다.

'회귀'라는 표현을 쓰던가요? 수많은 시행착오와 변화를 겪지만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 과거의 시공간이 '오늘'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태초', '창조'때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나니, 마치 '라틴어 공부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듯 하네요.

 

저는 '걷기'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아주 일상적인 행동이죠. '걷는 것' 걸음이 없다면, 사실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히 물리적인 걸음이 아닌, '철학적 걸음'입니다.

 

루카 복음 13장 33절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라틴어 수업'은 p.237-243에서 이 말씀에 대해 언급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루카 13,33)

Verumtamen oportet me hodie et cras et sequenti die ambulare.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습니다.

어떤 목적지를 향해 '여정'을 떠나는 중입니다.

삶 전체를 본다면 태어남으로부터 죽음까지,

인간 관계를 본다면 악화된 관계에서 좋은 관계로,

업무를 빗대어 보자면, 일의 시작부터 마침까지...

성당에 오는 것도 '미사 봉헌'이라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여정길에 수많은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모두가 다 '유혹 천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늘 나라의 여정을 향해 걸어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서서 가고 계셨다.'"(마르 10,32)

계속 '어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신앙 생활의 핵심"(줄리아노 비지니 엮음, 김정훈 옮김, 바오로딸, 2016)에 의하면,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어떤 철학이나 사상이 아니라 하나의 '길',

다시 말해 우리가 당신과 함께 걸어야 할 여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길을 열어주고 직접 걸으면서 가르쳐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과 함께 걷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의 기쁨입니다."(p.42)

 

그런데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닙니다. '십자가의 길'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이 승리하실 것이고 십자가에 대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니 오히려 십자가 안에서 우리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p.43)

 

은총의 사순시기를 보내는 이 시기에.. 정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예수님께서 나와 동행하신다!'라는 사실이죠.

우리의 걸음은 물리적 걸음, 철학적 걸음을 넘어서 '신앙적 걷기'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 삶 그 자체가 '십자가의 길'인지도 모르겠어요.

지치고, 어렵고, 복잡하고, 힘든 시간들이 반복되는 게 일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분께서 먼저 우리 옆에 계심을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분은 위로의 샘이요, 우리들의 구원자이시며,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십자가 예수님 안에서 희망하고, 기쁨을 발견하고,

미소를 찾는 복된 사순시기, 따뜻한 봄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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